[월드 이슈] 지금이 알짜 유럽 기업 인수·합병 기회

입력 2015-01-20 01:13
유로존의 경기 침체는 대외 변수에 취약한 우리 경제에도 좋은 소식은 아니다. 그렇지만 인수·합병(M&A)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우리 기업엔 자금난을 겪는 알짜 유럽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기회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최근 ‘경쟁국 대 유럽 M&A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우리 기업들도 유럽의 유망기업 M&A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지난해 상반기 유럽 M&A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인 3332억 유로를 기록하며 기회의 땅으로 재부상했다. 의료·제약과 통신 부문에서 ‘메가딜’이 거래를 주도하고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자금난을 겪는 알짜기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는 등 유럽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올해도 기업 신용경색에 따른 매물이 꾸준히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은 지난해 유럽 M&A 시장에서 7억 달러를 거래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중국이 35건 142억 달러, 일본은 22건 37억 달러를 거래한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코트라는 영국의 교통 인프라 관련 분야, 독일의 자동차 부품, 프랑스의 IT서비스·와인 양조장, 네덜란드의 첨단기술 기업, 이탈리아 제약기업 등을 유망 분야로 꼽았다.

중국과 일본은 앞다퉈 유럽기업 M&A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등에 업고 에너지, 물류 등 기간산업 위주로 유럽 기업 사냥에 나섰다. 최근에는 IT, 금융, 식품 등 전방위로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10억 달러 미만의 해외 M&A 거래에 대해 별도의 승인 심사를 생략하면서 소규모 인수도 더욱 활기를 띠게 됐다. 일본은 해외기업 M&A를 내수 부진의 돌파구로 활용하고 있으며 기술 확보를 넘어 현지 생산시설까지 구축하고 있다.

코트라는 국내 자동차부품 기업인 동국실업과 악기 제조사인 삼익악기를 유럽 M&A 성공사례로 꼽았다. 동국실업은 2013년 폭스바겐의 1차 벤더인 독일 ICT사를 인수해 글로벌 완성차 기업으로 납품하는 기회도 잡았고 현지 생산라인을 확보했다.

삼익악기는 2008년 파산한 독일의 유명 피아노 브랜드인 자일러를 인수했다. 국내 피아노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확보한 삼익악기는 M&A로 기술력 향상과 함께 중국시장에서 자일러 브랜드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자일러사는 2011년 5억8000만원, 2012년 26억7000만원의 흑자를 기록했고, 2014·2015년 중국 내 매출은 각각 30%, 22%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