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환자는 간암뿐 아니라 바이러스간염과 간경변증 등 3가지 질환이 동반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간암의 가장 중요한 기저질환인 B형간염에 의한 간경변이 있을 경우 항바이러스제 치료에서 실질적인 제한이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간학회, 유럽간학회 등 국내외 모든 B형간염 진료가이드라인에서 간경변증은 일반적인 간염과는 다른 치료 기준을 정해 적극적인 치료를 권고하고 있으나 국내의 경우 대상성 간경변증과 비대상성 간경변증 모두에서 엄격한 급여 기준을 두어 적극적인 치료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간경변증은 아직까지 치료 방법이 없고, 국내 사망의 주요한 원인을 차지하며, 60세 이후가 아닌 40∼50대의 가장(家長)에게 주로 발생해 사회경제적인 질병 부담이 막대하다. 비대상성 간경변증을 희귀난치 질환에 포함하는 것은 환자들에 대한 보장성 강화 측면에서 절실히 필요한 일이다.
간경변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지속적으로 간 손상이 반복돼 발생하는 질환으로 일단 간경변증으로 진행하면 치료를 받아도 간이 원상태로 회복되기 어렵고 더 진행하게 되어 간암이 발생하거나 간부전으로 사망한다. 현재까지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 없고 진행된 경우 간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방법이다.
2010년 한국의 질병 부담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간경변증에 의한 조기사망은 7위를 차지고 있으며, 이는 이전에 비해 감소하는 추세이기는 하나 아직 한국인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질병 부담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간경변증 환자들의 평균 수명을 살펴보면 5년 생존율이 약 25%로 이미 4대 중증질환으로 등록돼 보장받고 있는 만성 신부전 환자(약 39.9%)나 암환자들(약 45.9%) 보다도 위중한 병임에도 불구하고, 보건정책의 우선순위에서는 4대 중증질환에 가려져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암 등 다른 중증 질환들은 고령으로 갈수록 많이 발생하는데 비해 간경변증은 40∼50대 남성에서 가장 중요한 사망원인으로 나타나 환자 본인뿐 아니라 환자의 가정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간경변증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간암 이외의 암이나 고령화 현상에 따른 다른 만성질환과는 달리 그 빈도가 감소하고 있는 질환이다. 즉 간경변증 환자를 위한 지원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추가적인 재정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준 한림의대 춘천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대한간학회 의료정책이사)
[암과의 동행-간암] 비대상성 간경변증, 희귀질환 포함돼야
입력 2015-01-19 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