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경찰이 대대적인 불법 복제물 단속에 나선 가운데 현지 북한대사관 관리들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암살을 그린 미국 영화 ‘인터뷰’ 복제판 단속에 적극 개입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DVD 판매점들에 최근 미얀마 주재 북한대사관 관계자들이 잇따라 방문해 인터뷰 복제판을 갖고 있는지 수소문했다. 그런 뒤 미얀마 경찰이 시 전역에 걸쳐 불법 복제물 단속을 벌였으며, 단속에 북한 관리들이 동행하기도 했다고 상인들은 증언했다.
한 상인은 친한 경찰관으로부터 “북한대사관이 인터뷰 복제판을 판매하는 상점의 명단을 줬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현지 경찰 관계자도 김석철 미얀마 주재 북한대사가 지난 11일 우민쑤에 양곤주지사와 면담할 때 직접 판매점 명단을 건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곤 주정부는 “이번 단속은 외국영화 복제·유통 금지법에 따른 것으로 특정 영화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인터뷰에 대한 인기는 미얀마에서도 뜨거워 불법 복제판이 여러 경로로 확산됐다. 한 상인은 “인터뷰 복제판이 시장에 나온 것은 1월 첫째 주”라며 “나 같은 노점상인은 하루 20개 정도를 팔았지만 차이나타운의 큰 상점에서는 단속 직전까지 하루 100개 이상을 팔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 단속 후 인터뷰 복제판은 시내 주요 DVD 판매점은 물론 노점에서도 자취를 감췄다고 NYT는 전했다.
북한과 미얀마 관계에 대해 정통한 스웨덴 언론인 버틸 린트너(62)는 이번 단속을 “북한이 아직도 미얀마에 대해 많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양국은 1983년 아웅산 테러사건 후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가 2007년 복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얀마의 무기 구입, 지하 군사시설 건설 등을 지원하는 등 오랫동안 ‘밀월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보고 있다.
이종선 기자
미얀마, 김정일 암살 영화 ‘인터뷰’ 복제판 단속… 北 대사관 관리들 적극 개입
입력 2015-01-19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