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9월 필자는 국내 10개 대학병원의 교수, 500명 이상의 백혈병 환우들과 함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백혈병에 대한 애매한 건강보험 적용기준 때문에 중요한 표적항암제 처방에 제한이 많다’는 내용으로 보건복지부에 이의 시정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후 몇 차례의 시정 요구 글을 반복적으로 언론에 기고하고 나서야 뒤늦게 일부 항목이 의료보험에 적용이 됐지만 아직도 일부는 애매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왜 심평원은 보험 적용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하는 데 소극적일까. 그리고 보험 적용 기준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왜 자주 ‘사전심의를 통해’라는 부가 조건을 추가로 달아 규제를 지속해야만 할까.
최근 백혈병의 의료보험 적용분야가 일부 확대됐지만 일선에서 환자를 직접 치료하고 있는 대학병원의 많은 교수들은 심평원의 보험적용기준 중 일부는 여전히 현실과 많은 괴리가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왜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급증하는 심사 업무량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명확한 보험적용기준 제시가 이뤄지지 않는 걸까.
이에 대해 의료 현장의 전문가들은 그것이 오해이든 진실이든 여러 가지 추측을 하고 있다.
첫째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경우에 심평원의 역할이 크게 축소될지 모른다는 것, 둘째로 심사청구금액의 일정 비율을 삭감하여야 하기 때문에 불명확한 기준을 부적절하게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 셋째로 오늘날 세분화돼 발전하고 있는 전문의료분야 심사에 대한 심사위원의 전문성과 경험이 떨어진다는 자질론과 함께 평가원에 유리한 심사를 한 심사위원들을 선호한다는 광범위한 불신이 존재한다.
심평원의 심사의 질 향상과 신뢰의 회복을 위해서라도 새해부터는 애매모호한 규정의 유권 해석에 의한 심사보다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보험적용기준의 제시와 규제완화의 차원에서 사전심사 항목의 합리적인 축소가 필요할 것 같다.
김동욱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암과의 동행-백혈병] 보험심사 애매한 규정부터 손질을
입력 2015-01-19 0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