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부터 시행 중인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은 치료기회 확대를 통해 중증질환 환자들에게 치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책으로 큰 공감을 받고 있다. 특히, 4대 중증질환 중 하나이자 국내 사망원인 1위로 꼽히는 암으로 투병 중인 환자들에게 더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암 보장성 강화 방안이 암 환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치료 환경과 더욱 긴밀하게 맞닿을 필요가 있다.
대한암협회는 지난 2014년 11월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문정림 의원과 함께 암 환자를 위한 항암제 치료 보장성 및 접근성 강화 방안 토론회 ‘대한민국 암 정책, 환자를 담다’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에는 정부, 의료계, 보건경제학계, 언론계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암환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치료 환경 조성과 암 환자들을 위한 보장성 강화에 관해 다양한 논의가 진행된 바 있다.
◇암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 위한 목소리 전달 채널 필요=각계 전문가들은 2015년 암 정책이 암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 실질적 도움을 주려면 환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많은 암 환자들은 치료 후 암이 재발하거나 다른 부위로 전이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다.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되면 대부분 생존율이 매우 낮아져, 하루하루의 일상이 절박해진다. 적극적인 암 치료로 단 2∼5개월만 생명이 연장된다고 하더라도 환자들이 그 기간 동안 누릴 수 있는 행복의 가치는 매우 크다. 또한 새로운 치료법이나 신약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가능성 역시 커진다.
이 때문에 신약은 단순히 비용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 암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 정도와 사회적 비용절감 측면이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치료를 경험하는 환자들의 의견이 신약에 대한 보험급여 평가 및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반영될 필요가 있으며, 암 환자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시민위원회, 협회 및 기관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진료 현장에서 최선의 치료를 보장받을 수 있는 급여 정책 되어야=환자들이 진료 현장에서 최선의 치료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급여 정책도 중요하다. 암 치료는 질환의 위중도, 사회적 부담 등을 고려해 각 환자의 경제적 부담 능력과 필수 표준치료 범위에 따른 종합적인 급여정책을 요한다. 특히, 많은 의료진들은 임상 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며 보험 가이드라인과 실제 치료지침 간에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체감하는 당사자로서 신약에 대한 보험급여 평가 및 과정에 의료계의 입장이 더 적극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신약 임상시험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대안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 따라서 의료진들이 연구 개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임상시험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고 연구를 장려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보험 급여, 경제성뿐 아니라 다양한 가치를 균형적으로 반영해야=보험급여에 다양한 가치를 균형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정책적 보완 작업도 강조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기술평가(HTA) 제도 상 ‘비용 효과성 측정을 위한 경제성 평가’에만 치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선진 해외 국가들에서는 의료기술평가 제도 내에서 의약품의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여 보다 균형 있는 평가를 수행하고자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 취약계층을 고려한 형평성, 신약의 혁신성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하며 안전성 및 효과성, 효능, 삶의 질, 질병 부담 등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
◇환자에게 ‘그림의 떡’ 되지 않으려면 위험분담제의 제도적 보완 필요=마지막으로 위험분담제의 조건 완화 및 합리적인 보완을 통해,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일이 필요하다. 장기적 치료를 요하는 환자들에게 위험분담제의 연속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현재 4년의 계약기간 만료 후 추가적으로 이를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장기간 치료제 복용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위험분담제가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위험분담계약 필수요건으로, 비용 효과성만을 위주로 평가하는 약물 경제성 평가 결과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도 환자들의 제도 접근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다.
또한, 위험분담제를 적용 받은 치료제가 제도 운영 기간 중 적응증이 추가되었을 때 급여 승인에 제한을 받게 되는 점도 문제다. 예를 들어, 위암 치료제로 위험분담제를 적용 받은 신약이 폐암 등 다른 암 치료에도 혁신적인 경우, 제도 운영 기간 중 적응증이 추가되었을 때 급여 승인에 제한을 받게 된다. 위험분담제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환자들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항암제의 경우 1개 이상 여러 개의 적응증을 위해 개발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라, 위험분담제 계약 중 적응증 추가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한 합리적인 관리 방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영수 기자 juny@kukimedia.co.kr
[암과의 동행] 신약 보험적용 환자 의견 반영하라
입력 2015-01-19 0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