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은 제게 한 줄기 ‘빛’이었습니다.” 필자는 의사라는 직업 때문에 살아오면서 분에 넘치는 칭찬을 들을 때가 있다. 환자들에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도 몸 둘 바를 모를 정도의 칭찬을 받곤 한다. 그저 ‘과분한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 그런데, 보잘것없는 내가 ‘빛’으로 비유되는 과분한 일이 있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들은 말 중에서 가장 과분하고 가장 감동적인 말이었다. ‘빛’이라는 말 자체가 의미하는 특별함 때문일까?
특별히 기억나는 환자가 있다. 내게 오는 많은 환자와 마찬가지로 그 환자도 임신을 간절히 소망하는 부인암 환자였는데 불행히도 여러 가지 여건이 최악이었다. 통상적으로 임신을 원하는 여성암 환자들은 20대 또는 30대 초반이어서 자궁경부암 또는 자궁암 등의 질환을 제외하고 다른 특별한 질병을 갖고 있지는 않은 상태로 내게로 온다.
그런데 지난번 칼럼에 소개했던 환자들과는 달리, 그 환자는 면역기능도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인데다 당뇨병을 앓고 있고 간수치도 매우 높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동안 수차례 인공수정의 실패, 뇌하수체 선종 제거 수술 그리고는 자궁내막암 판정을 받은 그런 환자였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로 감당하기 어려운 환자였다. 게다가 아기를 갖기에는 조금 늦은 30대 후반이었다. 보통 이러한 상태의 환자라면 아기를 갖는 것보다는 환자 자신의 몸을 생각해 다른 병원 선생님께서 권하신 대로 자궁적출술을 시행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아기를 갖고자 하는 환자와 그 보호자의 간절한 울부짖음을 듣고서 도저히 그들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그 간절함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오히려 죄스럽다.
모든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지만, 이 환자의 경우에는 여러 합병증이 있는 터라서 더욱 신중하게 광역학 치료로 시술을 진행했고 감사하게도 광역학 치료는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리고 얼마가 지났을까, 바로 그 환자가 쌍둥이 아기를 낳았다는 소식을 담은 편지가 내게 도착했다. “교수님은 제게 한 줄기 빛이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출산 경험이 없는 37세의 노산에다 제반 상황이 최악인 환자이었기에 그 출산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아름다운 결과를 접할 때마다 ‘질병은 하늘이 고치고 의사는 그 과정을 돕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누구 할 것 없이, 암이라는 한 가지 질병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환자가 최악의 조건에서도 필자를 찾아온 것은 바로 아기를 갖고자 하는 간절함과 희망 때문이리라!
‘희망’은 절대로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고 나는 믿는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삶이 그 환자에게 쌍둥이 아기를 선물로 보내준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그 쌍둥이 아기들이 그들에게는 ‘빛’이 아닐까?
나는 세상이 만들어진 이래로 ‘어둠’이 ‘빛’을 이기지 못한다고 믿고 있다. 아주 작은 ‘빛’일지라도 그 어떤 어둠도 그 ‘빛’을 감출 수 없기 때문이다. 암과 같은 질병이 ‘어둠’이고 광역학 치료가 ‘빛’이라면 무리한 비교일까?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나 이 광역학 치료는 바로 그 빛으로 치료하는 치료 방법이다. 이 광역학 치료가 하루라도 빨리 암이라는 질병으로 어둠 속에 살아야만 하는 환자들에게 그리고 희망을 버리지 않는 모든 환자에게 빛으로 성큼 다가오기를 오늘도 희망한다.
한세준 조선대학교병원 산부인과학 교수(부인종양학)
[한세준의 빛으로 치료하는 암] 임신을 간절히 원하는 자궁암·자궁경부암 환자에 희망을
입력 2015-01-19 0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