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 일산동구 P교회 L목사는 최근 소방점검을 받은 뒤 구청에서 보낸 서류를 뜯어보고 화들짝 놀랐다. 서류에는 창고용도로 등록된 지하공간을 교회가 예배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한 달 안에 원상복구하라는 시정명령이 들어 있었다. 복구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 폭탄을 맞게 된다. 일산동구에서만 비슷한 지적을 받은 교회가 약 30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소형 교회 등이 최근 용도외 시설변경에 대한 정부의 집중단속에 된서리를 맞고 있다. 종교시설이라는 이유로 단속에 적극적이지 않던 구청 소방서 등이 최근 안전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이 높아지자 예외 없이 법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단속 집행 일시 유예 등의 조처가 필요하지만 이 기회에 교회도 안전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산지역 교회에 대한 단속 상황을 소개한 유재희 파주예수문화교회 목사는 18일 “한 달 안에 교회집기를 철거하고 원상복구를 하라는 것은 교회 문을 닫으라는 소리와 마찬가지”라며 “여러 곳에 문의했지만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연합기관이나 교단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구청 측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산동구청 관계자는 “각종 시설의 화재 여파로 현재 전국 소방서와 행정기관에서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며 “교회에만 엄격한 잣대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교회건축 전문가들은 적지 않은 소규모 교회들이 용도변경 등으로 최근 행정기관의 집중 단속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의 단속 잣대가 시류에 따라 들쭉날쭉한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한국교회언론회 심만섭 사무국장은 “행정기관은 마구잡이로 교회를 철거할 것이 아니라 원상복구에 시간적인 여유를 주는 등 교회가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침해받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연합 김훈 기획홍보실장은 “조만간 문화체육관광부와 종교시설 안전관리에 대한 협약을 맺을 계획”이라며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교회들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교회가 그동안 안전에 소홀한 측면도 없지 않다. 가정교회 지하교회 등 이른바 ‘작은 교회’들은 임대료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건축물대장 용도에 맞지 않는 교회를 설립했다. 이로 인해 건물법 규정을 잘 모르고 교회로 임차했다가 보증금을 떼이거나 아예 교회 문을 닫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현행 건축법에 따르면 교회나 예식장, 고시원 등 다중이용시설은 건축물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하면 실거래가와 면적 등에 따라 이행강제금을 물게 된다.
‘D3왕의사역연구소’ 안창천 대표는 “교회가 법을 준수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사회적 비난뿐 아니라 형사처벌을 면치 못하게 된다”며 “교회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이니만큼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용도변경·소방법 위반 ‘작은 교회’들 어쩌나
입력 2015-01-19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