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침반] 유방암은 젊을수록 전이·재발률 높아

입력 2015-01-19 01:35

국내 유방암 환자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1996년 3801명이던 유방암 환자가 2011년 1만6967명으로 15년 사이에 4배 이상 가파르게 증가하며 한 해 발생 환자 수 1만5000명을 넘어섰다. 한국 여성의 평균 수명을 84세로 가정했을 때, 25명 중 1명은 유방암에 걸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국내 유방암 발병 양상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서양과 달리 유방암 환자 2명 중 1명은 30∼40대 젊은 사람으로 폐경 전의 유방암 환자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유방암은 진단 당시 나이가 적을수록, 특히 35세 이전의 여성의 경우 나쁜 예후와 관련이 있어 전이나 재발의 확률이 높다. 이런 경우 전이 및 재발에 의한 증상뿐만 아니라 길어진 치료 기간으로 인해 삶의 질도 상당히 저하된다. 유방암의 생물학적 특징이나 진단 시 병기에 따라 전이 및 재발률도 다르지만 전체 유방암 환자의 약 20∼30%에서 전이나 재발을 경험하게 된다.

재발 유방암이란 유방암의 근치적 치료 후 암이 다시 발생하는 것으로 국소구역 재발이나 전신 재발을 포함하는데 진단될 때부터 전이 유방암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재발 및 전이 유방암은 원발 병소에 대한 치료와 더불어 전이 병소에 대한 국소치료와 전신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그러나 조기 유방암이나 국소진행 유방암과 달리 재발 및 전이 유방암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은 환자의 삶의 질이다. 최근 당뇨,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처럼 암을 관리하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전이 유방암 환자의 치료 성적도 점차 향상돼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전이 유방암 환자가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약 30%로, 이는 10명의 전이 유방암 환자 중 약 3명은 장기 생존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전이 유방암 환자라 하더라도 적극적인 항암치료 의지를 가져야 하고 의료진은 전신항암치료를 통해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따라올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환자의 장기생존을 기대할 수 있다. 전이 유방암 환자는 우선적으로 전신 항암화학요법을 시행받게 되는데 대부분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항암요법을 받게 된다. 투병 생활이 길어지면 환자의 삶의 질도 저하될 수 있고 경제적 부담도 증가하여 환자의 치료 의지가 점점 저하될 수 있다. 이에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시키면서도 효능이 입증된 치료제를 되도록이면 빠른 단계에서부터 사용하는 것이 환자의 육체적 심리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최근 전이 유방암 치료에도 약제 선택의 폭이 상당히 넓어졌다. 표적치료제가 표준 치료법에 포함된 지 오래되었고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는 유방암 환자의 생존율이 크게 향상되었다. 또한 이전에 다양한 복합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한 전이 유방암 환자에서도 생존율의 향상을 보이는 단일요법 항암제가 출시되었다. 전이 유방암 환자가 생존 기간 연장을 입증한 치료제를 투여받는 것은, 그 기간이 길지 않다 하더라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예비 투약 및 배합과정이 필요하지 않은 부작용이 적은 단일요법을 시행한다면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지 않고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흔히 사용되고 있는 복합 항암화학요법은 단일요법에 비해 부작용이 많아 유방암 환자들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혀 왔다. 개선된 단일요법의 항암제 개발은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료진으로서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마지막으로 전이 유방암 환자들은 이미 장기간의 치료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에, 생존 기간의 연장과 함께 삶의 질도 유지할 수 있는 치료법들이 좀 더 많이 개발되어 희망을 가지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가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곽금희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유방암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