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도 생선회 즐겼다

입력 2015-01-19 02:30
‘대체로 생선회는 날것이며 찬 음식이라 먹으면 입이 개운하기에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 조선시대 의서인 ‘의방유취(醫方類聚)’에 기록된 내용이다. 당시에도 생선회를 즐겼다는 것을 보여준다.

채종일(기생충학교실) 교수 등 서울대·단국대 의대 공동연구팀이 다양한 사료와 국내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 수습된 미라 연구 등을 통해 조선시대 인구 4명 중 1명꼴은 생선과 게·가재 등을 날음식으로 먹고 기생충에 감염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대한의사협회지 2014년 10월호에 실린 논문 ‘조선시대 흡충류 감염기전에 대한 고찰’에 따르면 조선시대 간·폐흡충 감염률이 27.8%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흡충은 어패류·갑각류를 날로 먹었을 때 감염되는 기생충이다. 연구팀은 2007년부터 ‘승정원일기’, 박지원의 ‘연암집’, 허준의 ‘동의보감’ 등 조선시대에 편찬된 20편의 문헌 연구를 벌였다.

가장 즐겨 먹었던 건 붕어회였다. 승정원일기에는 정조의 외조부인 홍봉한이 식욕을 잃은 사위 사도세자에게 ‘붕어 숭어 쏘가리를 찌거나 회를 쳐서 드시면 비위가 트일 것입니다’라고 말했다는 기록이 있다. 박지원이 쓴 편지에는 은어회에 대한 기록이 있다. ‘한 줄기 개천의 은어는 되는 대로 회를 쳐서 맑은 못 곡수에서 참말로 술잔을 띄워 흘려봅시다’라는 내용이다.

폐흡충은 주로 민물 갑각류를 날로 먹을 때 감염된다. 담근 지 5∼6일 된 민물게장을 즐겨 먹었는데 이런 식습관 탓에 폐흡충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컸다. 동의보감에는 가재를 날로 즙을 내 인후통 환자에게 약으로 썼다고 적혀 있다.

연구팀은 “수산물을 날로 먹는 습관은 일본을 통해 유입됐을 것으로 보는 통념과 달리 조선시대에 이미 보편화돼 있었음이 확인됐다”며 “조선시대에 음식문화가 풍요해지긴 했으나 기생충 감염률이 높았다는 반대급부도 있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