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콜록거리는 기침 소리가 들리는 겨울이다. 감기에 걸리면 목소리까지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주 원인은 차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목도 메마른 탓이다. 목이 건조하면 바이러스성 감염으로 상기도 질환에 걸리기 쉽다.
물론 목소리가 변하는 이유는 비단 감기뿐만이 아니다. 순간적으로 고음을 내거나 음주 후 말을 많이 하는 등 목을 잘못 사용했을 때도 목소리가 변할 수 있다. 역류성 식도염 및 인후두염으로 성대가 손상되기도 한다. 아주 드물지만 후두암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갑자기 목소리가 변했을 때 감기 때문이라 쉽게 단정하지 말고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가려야 하는 이유다.
◇코 막힘, 기침 외에 인후염도 쉰 목소리 유발=쉰 목소리는 코감기와 함께 뒤따라오는 경우가 많다. 코가 막히면 자연적으로 입으로 숨을 쉬게 되는데 이때 목이 건조해지면서 성대 주위의 인두와 후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헛기침도 목소리를 변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잦은 기침은 성대점막에 과도한 마찰 자극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감기에 걸렸을 땐 생활수칙 몇 가지만 잘 지켜도 목소리 변화를 막을 수 있다. 우선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기침 등으로 혹사당한 성대를 촉촉하게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분 공급이 필요하다.
또 가습기를 활용해 실내습도가 50% 정도로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가습기는 인체 유해성 논란이 이는 살균제 대신 물로 깨끗이 세척하고 완전히 건조시킨 뒤 정수된 물을 넣어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인·후두염도 쉰 목소리의 원인이 된다. 감기를 일으킨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인두와 후두까지 침범,염증을 일으키는 경우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최홍식 교수는 “인·후두에 염증이 발생하면 성대 점막이 붓고 점막의 떨림에도 변화가 생겨 목소리 톤이 낮아지면서 쉰 목소리가 나오게 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음주 후 고음 노래도 목이 잠기게 해=흔히 스포츠 응원을 하거나 노래방에 다녀오면 장시간 성대에 무리가 가 목소리가 변할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단 한 번 고성을 지르는 것만으로도 성대에 이상이 올 수 있다. 갑자기 고성을 지르면 성대끼리 과도하게 마찰이 발생해 출혈이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생긴 상처나 부종을 장기간 방치했을 때 생기는 것이 ‘성대결절’이란 병이다. 심한 목감기에 걸린 것도 아닌데, 계속 목소리가 잠겨 쉰 소리가 나거나 목구멍에서 이물감을 느껴 자주 헛기침을 한다면 성대결절을 경계해야 한다. 성대결절은 성대 점막에 굳은살이 생기는 것이다.
음주 후 말을 많이 하거나 노래를 세게 부르는 것도 목소리에 악영향을 준다. 우리의 목은 특별히 성대를 혹사시키지 않더라도 음주만으로 건조해지기 쉽다. 술 속의 알코올 성분이 목안 점막의 수분을 빼앗아가기 때문.
따라서 탁하고 건조한 공간에서 술을 마시고 장시간 이야기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은 목 건강에 좋지 않다. 또 술자리에서는 물을 많이 마셔 성대를 촉촉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흡연 역시 성대를 건조하고 거칠게 만든다. 목이 약한 사람은 무조건 담배부터 멀리 해야 한다.
◇2주 이상 쉰 목소리 계속 되면 후두암 의심=감기나 성대에 무리가 가는 일이 없었는데도 쉰 목소리가 장기간 계속된다면 다른 데 원인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음주와 흡연을 같이 즐기는 중년 남성인데다 갑자기 목이 쉬어 2주 이상 이어지고 있다면 일단 후두암을 의심, 정확한 원인을 가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흡연은 후두암을 일으키는 위험인자다. 후두암 진단 환자 10명 중 9명 이상이 흡연 경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직접흡연뿐만 아니라 간접흡연도 후두암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흡연과 음주를 동시에 하는 것은 더 나쁘다. 발암 위험이 배가되기 때문이다.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은영규 교수는 “장기간 술과 담배를 가까이 한 50대 이상 남성에게 2주 이상 쉰 목소리, 목 이물감, 목 통증 가운데 한 가지 증상이라도 나타나면 후두암을 의심,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가 후두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경험이 있는 이비인후과 전문의라면 내시경을 통해 후두 상태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후두암 때문인지 여부를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이상 증상이 없어도 음주와 흡연을 즐기는 50세 이상 남성은 연 1회 이비인후과에서 실시되는 후두내시경 검진이 권장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에헴’ 습관성 헛기침, 성대 건강엔 독
입력 2015-01-20 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