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의원직 상실로 인해 치러지는 4·29보궐선거가 19일 기준으로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구가 3개밖에 되지 않는 ‘미니’ 보선이지만 정치적 의미는 결코 ‘미니’가 아니다.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이 야기된 이후 첫 선거라는 점에서 민심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된다. 박근혜정부 집권 3년차에 실시되는 선거라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여야의 사투가 예상된다. 재야·진보 진영의 ‘국민모임’이 독자 후보를 낼 경우 야권 재편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4·29보선은 야권에 상당한 숙제가 되고 있다. 이겨야 본전인 ‘수성전(守成戰)’이다. 무엇보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 국민모임 신당, 옛 통합진보당 등 4명 이상의 후보가 난립할 수 있다는 우려다.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여건상 야권 연대는 쉽지 않아 보인다. 텃밭인 광주 서을, 20년 이상 야당이 지켜온 서울 관악을, 통진당이 당선자를 냈던 경기 성남중원 등이 모두 녹록지 않다.
가장 머릿속이 복잡한 곳은 새정치연합이다. 새정치연합은 18일에도 2·8전당대회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나 전대 이후에는 새 지도부가 들어서자마자 선거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지난해 7·30재보선처럼 공천 갈등이 재현될 경우 차기 지도부가 곧바로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는다. 때문에 선거 승패보다도 잡음 없는 공천이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국민모임이 추진하는 신당은 보선에서 무언가 정치적 임팩트를 야기해야 한다. 정의당은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으로서 존재감을 각인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각자 부담감이 크다.
관악을의 경우 새정치연합 김희철 전 의원과 지역위원장인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벌써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안철수 의원 측 인사인 박왕규 ‘더불어 사는 행복한 관악’ 이사장도 이름이 나온다.
성남중원에는 새정치연합 은수미 의원과 정환석 현 지역위원장, 안 의원의 신당 창당을 도왔던 정기남 한국정치리더십센터 소장이 거론된다. 정의당 소속인 유시민 전 의원의 차출설도 흘러나온다. 신당 측은 관악을에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성남중원에는 조국 서울대 교수를 각각 영입해 출마시키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서을 역시 복잡하다. 이용섭 전 의원, 강운태 전 광주시장, 조영택 전 의원, 김정현 새정치연합 수석부대변인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만일 천정배 전 의원이 신당 소속으로 이곳에 출마한다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정동영 전 의원이 합류한 신당이 당선자를 낸다면 야권은 2016년 총선을 겨냥한 재편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게 된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4·29 보궐선거 D-100 전략] 야권, 이겨야 본전이고 연대는 쉽지 않고
입력 2015-01-19 0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