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아파트별로 나눠 예비소집 진행한 초등교

입력 2015-01-19 01:44

지난 8일 오전 10시 경북 안동의 A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에 참석한 200여명 학부모와 아이들이 강당에 들어섰다. 학교 주변의 아파트 4곳 이름이 적힌 팻말 뒤에 교사 4명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아직 반 배정 전이라 편의상 살고 있는 아파트로 학생을 분류한 것이다. 최근 3년간 A초등학교는 신입생 예비소집 때마다 ‘아파트 분류’ 방식을 써왔다. 동사무소에서 각 가구에 취학통지서를 보낼 때 이 방식이 가장 빠르고 쉽다는 게 이유였다.

이날 오후 안동교육지원청에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자신을 A초등학교 신입생 학부모라 밝힌 여성은 “아이들이 입학하기도 전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했다”고 따졌다. 이후 “학교 교육만큼은 평등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슷한 항의전화가 10통 넘게 이어졌다. 왜 ‘고급 아파트 아이’와 ‘임대아파트 아이’로 구분하느냐는 내용이었다. 이 학교 교장 B씨는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3년간 아파트별로 학생을 나눠 예비소집을 했는데 이런 항의는 처음”이라며 “당황스럽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이 동네에 C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한 게 결정적이었다. A초등학교 주변엔 임대아파트 2곳과 C아파트를 포함한 일반아파트 2곳이 있다.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C아파트는 15층 규모로 109.1㎡ 매매가가 2억8000만원대다. 530가구가 살고 있다. 다른 일반아파트인 D아파트도 같은 면적이 2억3000만원쯤 한다.

임대아파트 2곳은 79.4㎡ 기준으로 보증금 4000만원에 월세가 50만원 이하다. 한 임대아파트 주민은 “C아파트가 들어오면서 주민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되고 있다”며 “아이들이 사는 곳 때문에 놀림을 당하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학부모 항의가 쇄도하자 안동교육지원청은 이 학교에 ‘경고’ 처분을 내렸다. 지원청 관계자는 “학부모를 배려하지 않은 편의주의 발상이 빚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빈부격차를 조장하려는 의도는 없었던 만큼 더 엄격한 조치를 취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A초등학교 상황은 다른 지역에서도 벌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많은 초등학교가 예비소집 때 거주지별로 학생을 구분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오랫동안 아파트를 기준으로 예비소집을 했다. 이렇게 하면 시간도 적게 들고 행정 실수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