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장지영] 이치로와 은퇴

입력 2015-01-19 02:10

스포츠 선수라면 누구나 은퇴 시점을 고민한다. 일반 직장인처럼 정년이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은퇴를 정하는 것은 철저히 자신의 몫이다. 역대 스포츠 선수들을 보면 절정의 기량으로 최정상에 선 뒤 우아하게 물러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부상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은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육체적 정점을 찍은 뒤 하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은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일본 출신 메이저리거 스즈키 이치로(42)가 소속팀을 찾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야구팬들의 우려가 높다. 메이저리그 3000안타 달성의 꿈 때문에 은퇴를 미루는 이치로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이치로는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에서 1278개의 안타를 친 뒤 2001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그리고 2010년까지 10년 연속 200안타 이상을 기록했다. 2004년에는 262개로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 안타를 작성했다.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2844개의 안타를 쳐 3000안타에 156개를 남겨두고 있다. 지난 2011년 처음으로 타율 3할에 실패하는 등 최근 뚜렷한 내림세를 보이는 데다 주전에서 밀리고 있는 그가 3000안타를 달성하려면 2년이 더 필요하다.

현재 몇몇 구단이 이치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는 한다. 하지만 냉정한 구단들은 이치로가 아무리 화려한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지만 계약 우선순위에 두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치로가 2월 중순 스프링캠프가 시작하기 전까지 새 소속팀을 찾지 못하고 부상자가 발생할 때 대안쯤으로 여겨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사실 이치로는 지금 은퇴해도 아시아 선수 최초 메이저리그 명예의전당 입성이 거의 확실시된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명예로운 은퇴는 3000안타 달성이다. 이 때문에 과거 영광을 뒤로한 채 자신의 육체적 한계와 싸우며 역사에 남을 기록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제 이치로의 도전은 단순히 수치로 보이는 기록을 넘어 인생을 건 서사로서 야구팬들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런 위대한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스포츠의 가치가 재발견되는 것은 아닐까.

장지영 차장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