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이 떨어지고 고령화 현상은 심화되면서 한국교회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래 세대와 노인 세대를 우선시하는 목회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민일보는 2015년을 맞아 매달 1∼2회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교회들을 소개해 한국교회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짚어보기로 했다.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예수마음교회(김성기 목사)를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건 예배당 입구에 놓인 땅콩빵 기계였다. 작은 붕어빵 기계처럼 생긴 기계 앞에 선 인물은 이 교회 박정애(51) 사모. 그는 빵틀에 진득한 밀가루 반죽을 부은 뒤 땅콩을 한 알씩 넣었다. 박 사모 주변엔 초등학생들이 군침을 삼키며 이 모습을 지켜봤다. 빨리 빵이 완성되길 학수고대하는 눈빛이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엄지손가락 크기의 땅콩빵 20여개가 완성되자 박 사모는 빵을 3∼4개씩 종이컵에 나눠 담았다. 아이들은 함성을 지르며 고사리 같은 손을 뻗어 종이컵을 받았다. 조금이라도 빵을 더 먹으려는 학생들 때문에 예배당은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예수마음교회가 땅콩빵 기계를 교회 안에 들여놓은 이유는 간단했다. 좀 더 많은 아이들을 교회로 이끌기 위해서였다. 박 사모는 “아이들이 땅콩빵을 정말 좋아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개척한 지 얼마 안 된 미자립교회여서 재정이 넉넉하지 않아요.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없을까 고민하다 땅콩빵을 굽기 시작했죠(웃음). 아이들이 좋아해 한 달에 2∼3번은 빵을 굽습니다.”
개척 7개월 만에 일군 작은 기적
예수마음교회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지난달 30일 개최한 ‘제1회 교회학교 살리기 전도상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감독회장상을 수상한 교회다. 지난해 6월 세워진 교회는 초등학생 전도에만 집중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개척한 지 7개월밖에 안 됐지만 주일이면 초등학생 30∼40명이 교회를 찾는다. 드문드문 출석하는 아이들까지 합하면 교회학교 학생 수는 80명이 넘는다. 교회학교에만 집중하는 곳인 만큼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에 열리는 주일 예배 역시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진행된다. 학생들 대다수는 교회를 다녀본 경험이 없는 아이들이다.
이날 참관한 예수마음교회의 예배 분위기는 일반 교회와 많이 달랐다. 예배가 시작됐지만 상당수 아이들은 친구들과 수다를 떠느라 분주했다.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거나 고개를 숙인 채 꾸벅꾸벅 조는 학생도 눈에 띄었다. 예배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분위기가 반전된 건 김성기(52) 목사가 설교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김 목사는 요한복음 2장 9절 말씀을 봉독한 뒤 갑자기 퀴즈를 냈다. “얘들아, 예수님 어머니의 이름이 무엇인지 아니? 문제 맞힌 사람한테 목사님이 나중에 ‘문상(문화상품권)’ 줄게. 목사님이 약속한 건 지키는 거 알지?”
이곳저곳에서 “마리아”라는 답변이 터져 나왔다. 그때부터 예배는 순조롭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물을 포도주로 바꾼 예수님의 기적 이야기를 경청했다.
설교가 끝나자 이번엔 서울 사랑의교회 권사인 한의숙(60·여)씨가 연단에 섰다. 그는 10분 안팎의 영어 강의를 진행했다. 한씨는 요한복음 한 구절을 영어로 들려주었고, 주님을 향한 믿음을 노래한 팝송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을 아이들과 합창했다. 한씨는 “친분이 있던 김 목사님 부탁으로 지난해 11월부터 강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예수마음교회가 있는 대림동 일대는 중국인 밀집 지역이어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중국인 자녀가 많습니다. 이들 학생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 영어를 가르치게 됐죠. 학생들 마음에 신앙이 움트기 시작하는 걸 느낄 때면 엄청난 보람을 느낍니다(웃음).”
부흥의 비결
예수마음교회는 대동초등학교 옆에 있는 1층짜리 건물을 임대해 쓰고 있다. 김 목사는 이 학교 학생들을 교회로 유인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교회를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주는 ‘분식 쿠폰’이 대표적이다. 교회 옆 분식집에서 500원 상당의 떡꼬치나 어묵 등을 사먹을 수 있는 쿠폰으로 김 목사가 직접 제작한 명함 크기의 쿠폰이다.
“교회에 와서 성경 한 구절을 암송하면 쿠폰을 지급하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습니다. 매달 한 차례 ‘친구초청주일’로 정해 치킨이나 피자도 주고 있어요. 초등학생 전도에는 맛있는 걸 먹고 함께 뛰어노는 게 가장 효과적입니다.”
교회학교 부흥 전략으로 삼은 방법 중엔 축구경기도 있다. 김 목사는 예수마음교회를 개척하기 전 사역한 교회들에서 스포츠를 활용한 전도법으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 예수마음교회를 찾은 이날도 축구경기는 예정돼 있었다. 같은 영등포구에 있는 대림교회와의 경기였다.
학생 10여명은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대방중학교로 이동해 대림교회 교회학교 학생들과 축구를 했다. 김 목사는 흐뭇한 표정으로 학생들이 공을 차는 모습을 지켜봤다. “저기 수비를 보고 있는 키 작은 아이 보이시죠? 지난주에 가출해서 아이 아버지와 함께 동네 PC방을 다 돌아다녔어요. 얼마나 천방지축인지 몰라요.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저한테도 심한 욕설을 하거든요. 저런 아이가 매주 교회에 나온다는 게 얼마나 굉장한 일입니까. 아이들에게 신앙을 심어주고 애들 인생을 멘토링해주는 것보다 더 행복한 일은 세상에 없습니다(웃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저출산·고령화’ 극복하는 교회들] ① ‘미자립’ 예수마음교회의 기적
입력 2015-01-19 03:09 수정 2015-01-19 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