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칠하며 힐링… 더 거세진 컬러링북 열풍

입력 2015-01-19 03:54 수정 2015-01-19 16:51
한 독자가 출판사에 보내온 '비밀의 정원' 채색화(왼쪽)와 요즘 잘 팔리는 컬러링북 표지들.
지난해 8월 말 ‘비밀의 정원’(클·사진) 출간으로 시작된 컬러링북(색칠놀이 그림책) 열풍이 해가 바뀌어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베스트셀러 순위를 점령하고, 신간 출간이 이어지는 등 새해 들어 컬러링북 바람이 더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비밀의 정원’은 지난 주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종합순위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지난해 연말 5주 연속 1위를 기록한 뒤 3주 만이다. 이 책만 잘 팔리는 게 아니다. 18일 현재 예스24의 취미·실용·건강 분야 주간 베스트셀러 10권 중 7권이 컬러링북이다. 또 알라딘의 건강·취미·레저 분야 10위권 내 6권, 인터넷교보문고의 예술 분야 10위권 내 8권이 컬러링북이다. 이쯤 되면 컬러링북이 베스트셀러를 독식하고 있다고 할 정도다.

출판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미 60여종의 컬러링북이 출간됐다. 새해 들어서도 ‘아트 힐링?’(윈스티튜드), ‘인스퍼레이션스’(스트로베리) 등 거의 매주 컬러링북 신간이 출간되고 있다. 출판사 클의 박정우 마케팅팀장은 “외국과 마찬가지로 국내 출판계에도 컬러링북이라는 장르가 확고히 형성된 느낌”이라며 “컬러링북이 취미·실용 분야의 전통적 강자였던 요리책 출간 종수를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비밀의 정원’ 저자인 스코틀랜드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조해너 베스포드의 신간도 봄에 출간된다. 박 팀장은 “영국에서 3월 말쯤 나올 예정인데,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출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가장 의외의 책으로 꼽히는 ‘비밀의 정원’은 지금까지 24만부가량 팔렸다. 200만부 이상이 팔린 만화 ‘미생’을 제외하면 지난해 이만한 판매량을 올린 책은 드물다. 출판사에서는 시장 반응을 예측할 수 없어 초판으로 2000부를 찍었다고 한다. 그러나 3일만에 다 팔렸고, 재판 3000부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현재까지 18쇄를 찍었다. 출판사는 이 책 하나만으로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박 팀장은 컬리링북의 인기 요인으로 몰입과 스트레스 해소라는 치유적 효과, 색칠놀이라는 성인들도 즐길 수 있는 오락성, 그리고 블로그나 페이스북, 인스터그램 등 SNS를 통한 전파력을 들었다. 그는 “인스터그램에 태그해 보면 컬러링북을 색칠해 올린 사진이 몇 만 개 발견된다”면서 “사람들이 색칠한 그림을 찍어서 SNS에 올리고 그걸 본 사람들이 ‘이건 뭐야?’ 하면서 책을 구매하는 패턴으로 인기가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컬러링북을 활용한 색칠강좌, 전시회, 콘테스트, 수업 등도 확산되고 있다. 구매층 역시 20∼30대 여성 중심에서 부모님 세대나 10대들로 넓어지고 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