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52) 서울 예수마음교회 목사가 교회학교 전문가로 명성을 쌓기 시작한 건 2000년부터다. 서울 관악구 은혜교회에서 부목사로 일하던 그는 부임 3개월 만에 학생 100여명을 전도했다. 이듬해 서울 영등포구 대림교회로 목회지를 옮겨서도 교회학교 사역에만 집중해 큰 성과를 거뒀다. 그가 부목사로 사역한 대림교회(2001∼2010년), 인천 남동구 만수중앙교회(2010∼2014년) 등은 교회학교 학생이 김 목사 부임 기간 동안 2∼3배 늘었다. 그의 '활약'이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김 목사에겐 교회학교 컨설팅을 의뢰하는 주문이 잇달았고 특강 요청도 빗발쳤다. 그는 지난 15년간 30곳 넘는 교회를 상대로 컨설팅을 진행했다. 교회학교 세미나 등에서 각종 특강을 연 횟수는 300여회에 달한다. 요즘도 그는 한 달에 8∼10회 정도 특강을 갖는다.
그런데 김 목사는 왜 교회학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그의 전인미답 교회학교 부흥 스토리엔 어떤 비밀이 담겨 있을까. 지난달 31일과 이달 11일 두 차례 예수마음교회를 찾아가 김 목사를 만났다. 그의 인생 역정과 전도 철학, 한국교회 교회학교 시스템의 문제점 등을 들어볼 수 있었다.
“내 삶의 목적은 전도”
충남 당진에서 나고 자란 김 목사는 궁핍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가 다섯 살 때 아버지가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가족의 생계는 어머니와 누나들이 책임졌다. 어머니와 누나들은 남의 집 일을 도와 받은 품삯으로 가족들을 건사했는데, 가족들은 돈이 없어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많았다.
“정말 가난했어요. 집에 쌀 한 톨 없는 날이 많았죠. 하지만 어머니는 항상 밝았습니다. 주님을 믿었기 때문이죠. 어머니를 보면서 하나님을 믿으면 평화를 얻는다는 걸 막연히 느꼈었죠.”
김 목사가 목회자의 꿈을 품은 건 중학교 2학년 때부터다. 당진의 원당감리교회에 출석하던 그는 부흥회에 참석했다가 성령을 체험했다. 하나님의 모습을 보았고 음성을 들었다.
“저의 앞날을 지켜주겠다는 음성이었어요. 20분 정도 기도한 줄 알았는데 눈을 떠 보니 4시간이 흘렀더군요. 교회 문을 나서며 가난한 아이들을 보듬는 목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 목사는 1983년 서울 감리교신학대에 진학했고 94년 서울 송파구 임마누엘교회에서 부목사로 목회자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교회학교 사역엔 관심이 없었다. 중학교 2학년 때 품었던 결심이 생각나 교회학교 사역에 뛰어든 건 은혜교회 부목사로 부임한 2000년부터였다.
“젊은 시절 저는 대형교회 목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은혜교회에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달라졌죠. IMF 외환위기 직후여서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많았습니다. 이런 아이들과 어울리다 보니 중학교 때 제가 했던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뛰놀다 보니 교회학교 학생이 자연스럽게 늘었고, ‘내 길은 이거(교회학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웃음).”
이듬해 대림교회로 목회지를 옮긴 그는 인근 학교나 동네 놀이터를 돌아다니며 학생들을 만났다. 함께 축구나 각종 게임을 하며 친분을 쌓았다. 교회 내에 교회학교성장연구소도 차렸다. 김 목사는 “아이들과 단순히 인사만 나누고 헤어지는 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남학생들을 전도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스포츠입니다. 여학생들은 같이 수다를 떨다 보면 쉽게 친해지죠(웃음). 만수중앙교회에서도 이 같은 방법으로 큰 성과를 거두었어요.”
김 목사는 놀이체육을 접목한 전도 방법인 ‘시스터(SISTER) 전도법’을 개발해 전국 교회에 보급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전도에서 ‘방법’보다 중요한 것은 ‘철학’이라고 거듭 말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이유도 전도하기 위해서였잖아요? 크리스천이라면 자기 인생의 사명이 전도에 있다는 걸 유념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꾸준히 전도 활동을 할 수 있어요.”
“교회학교 쇠락의 이유와 해법은…”
실제로 김 목사에게 전도는 일상이었다. 함께 길을 걷거나 식당에 갔을 때 그는 무시로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처음 본 학생들을 상대로 교회에 다니는지, 어디에 사는지 물었다. 다짜고짜 악수를 건네거나 하이파이브를 청하기도 했다. 어리둥절하던 아이들은 금방 김 목사와 ‘친구’가 됐다.
“전도에 왕도는 없어요. 만나자마자 복음을 전하려고 하면 아이들이 불편해할 가능성이 큽니다. 일단 친구처럼 인사부터 주고받는 게 전도의 첫걸음입니다.”
그렇다면 김 목사가 생각하는 교회학교 쇠퇴의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교회학교 학생이 급감한 이유로 세 가지 요인을 꼽았다. ①저출산 현상에 따른 학생인구 감소 ②주5일 수업제로 인한 주말 여가문화의 변화 ③ 교회학교 전담 사역자의 부재.
“교회학교 교사들의 의욕이 떨어져 있습니다. 청년들이 교사보다는 성가대 활동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요. 기혼 여성들의 경우 과거처럼 교사로 활동하기가 쉽지 않죠. 맞벌이를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현실적인 해법은 교회학교 전담 전도사에 있습니다. 교회들은 전담 전도사를 최소 한 명은 갖춰야 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교회학교 부흥은 불가능할 겁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저출산·고령화’ 극복하는 교회들] 아이들과 함께 놀고 함께 공부… 그가 뜨면 아이들이 몰렸다
입력 2015-01-19 01:06 수정 2015-01-19 2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