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의 결과를 가른 것은 통상임금의 ‘고정성’이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이 기준을 강조했던 만큼 이번 판결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송 결과에 따라 현대차 부담액이 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으나 이번 판결로 실제 부담액은 500분의 1 수준인 100억원대로 떨어졌다.
대법원은 2013년 12월 통상임금의 기준을 제시하며 “핵심 쟁점은 고정성”이라고 설명했다. 고정성은 지급되는 임금이 ‘추가 조건’이 붙지 않는 고정적인 임금인지 따진다. 예를 들어 근무실적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지는 성과급은 통상임금이 아니다. 실적에서 최하등급을 받더라도 동일하게 보장되는 성과급은 통상임금이다.
현대차의 경우 ‘2개월 동안 15일 미만 근무한 경우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세칙이 쟁점이다. 대법원 판례는 이렇게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하는 조건이 붙은 임금은 통상임금으로 보지 않는다. 현대차와 현대정공 근로자들도 ‘15일 미만’이라는 세칙에 발목이 잡혀 통상임금을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세칙과 달리 근무 일수에 맞춰 상여금을 받은 현대차서비스 근로자들은 통상임금을 인정받았다.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할 경우 임금 증가분을 소급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 ‘신의칙’ 판례는 적용되지 않았다. 현대차는 소송에서 노조 주장이 전부 받아들여질 경우 3년치 소급 지급액이 3조원을 넘는다고 주장했다. 실질임금 인상률까지 포함하면 부담액은 5조원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통상임금이 인정된 근로자들의 비율을 따져도 소급 지급액은 3년간 2756억원 수준이라고 봤다. 정비직 사원들에 대한 ‘연장수당’만 인정된 점을 고려하면 실제 지급액은 이보다 현저히 줄어들 거라고 설명했다. 이 정도 지급액 때문에 회사 존립이 위태로워지지는 않는다는 판단이다. 현대차 부담액은 100억여원으로 추정된다.
현대차 통상임금 판결은 대법원 판결 이후 나온 하급심 판단과 큰 틀에서 유사하다. 법원은 고정성과 함께 임금이 일정 요건을 갖춘 모든 근로자에게(일률성) 정기적으로 지급됐다면(정기성) 통상임금으로 본다. 지난해 1월 부산고법은 대우여객자동차 관련 소송에서 1년 이상 근속자, 지급기준일에 재직 중인 자에게만 지급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법도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고 퇴직자에게는 지급하지 않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부산지법은 르노삼성자동차 관련 소송에서 다소 다른 해석을 내놨다. 퇴직자에게 지급되지 않는 상여금도 고정성은 인정될 수 있다고 봤다. 당시 재판부는 “퇴직자에게 상여금이 지급됐는지는 통상임금 판단에서 부차적인 사정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퇴직자를 제외한 다른 근로자들에게 근로일수에 따른 상여금이 지급됐다면 통상임금이라는 해석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사실상 최대 규모의 통상임금 사건이었던 현대차 소송은 다른 통상임금 사건에도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 측 정명아 공인노무사는 16일 “아쉬운 판결이지만 예상했던 수준으로 결과가 나왔다”면서도 “노조원 중 ‘15일’ 규정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세칙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노사 합의가 있었다고 본 것은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법원, 현대차 노조 ‘통상임금 소송’ 판결 의미
입력 2015-01-17 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