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공효진(35)과 강혜정(33)이 출연하는 연극 ‘리타’는 올 겨울 대학로의 최대 화제작이다. 두 사람의 연기를 코앞에서 볼 수 있는데다 한 공간에서 이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사실은 대중의 발길을 모으기 충분했다.
티켓 오픈 때부터 매진 행렬을 이어갔지만 “무대 장악력이 떨어진다” “발성이 가다듬어지지 않았다” 등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았다. 또 상대역인 문학교수 프랭크로 출연하려던 배우 전무송(73)이 공연 직전 컨디션 난조로 하차하고 대신 황재헌(40) 연출이 투입돼 다소 정리되지 않은 듯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관객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대본 자체의 힘이 컸다. 교육열을 불태우는 20대 주부 미용사 리타의 성장 이야기인데 뒤늦게 입학한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권태로운 삶을 살던 노교수 프랭크를 만나 서로가 서로를 변화시켜가는 모습을 담는다.
“미용실에 오는 사람들이 영화배우처럼 되고 싶다고 그래요. 아니 성형외과에 가야지 왜 나한테 와? 저는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은 겉모습도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하면 제 머릿속도 달라지겠죠?”
이처럼 리타는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또 질문하면서 점점 행복해져간다. 점차 남편과 학교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오롯이 혼자 서 나가는 모습은 감동을 선사한다. 철학적이면서도 장난스럽게 툭툭 내뱉는 대사를 통해 관객은 자신의 삶을 조명해보게 된다. 극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며 한층 자연스러워진 두 사람의 연기에도 관객들의 찬사가 쏟아진다.
연극은 세트 전환이 없고 막이 바뀔 때마다 조금씩 회전하는 것이 전부다. 연구실을 배경으로 리타와 프랭크가 120분간 끊임없이 대사를 쏟아내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리타의 캐릭터를 한층 돋보이게 하는 의상 덕택이다. 원피스 위에 미용실에서 입던 앞치마를 두르고 등장했던 그녀는 극 후반이 될수록 베레모를 쓰거나 하늘하늘한 블라우스, 통이 넓은 시크한 바지를 입고 무대 위에 오른다. 대한민국 대표 패셔니스타인 두 사람의 패션 센스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미용사, 창고노동자로 일하다 야간대학을 다니며 작가가 된 윌리 러셀이 쓰고 1980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됐다. 그간 ‘리타 길들이기’란 제목으로 배우 최화정(53) 전도연(42) 이태란(40) 등이 거쳐 갔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1관에서 다음달 1일까지 공연한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공효진·강혜정표 ‘리타’… 갈수록 사랑스럽네
입력 2015-01-19 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