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만찬 후 밥값 청구서 건넸다”

입력 2015-01-17 02:55

지난해 11월 케네스 배씨 등 억류자 석방을 위해 평양을 비밀리에 방문한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에게 북한 측이 밥값을 내라고 한 사실이 드러났다.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에 따르면 클래퍼 국장은 지난 8일 뉴욕에서 열린 국제 사이버 안보 콘퍼런스에서 평양을 방문했던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지난해 11월 7일 평양에 도착한 클래퍼 국장은 시내 한 음식점에서 김영철 북한 정찰총국장으로부터 만찬을 대접받았다. DNI는 미국의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최고 정보기관이며, 정찰총국은 북한의 대남·해외 공작 업무를 총괄 지휘하는 기구다.

북한이 내놓은 요리는 12가지 코스의 한식이었다. 클래퍼 국장은 1980년대에 주한미군 정보부대장으로 근무해 한국 음식에 익숙하다. 그는 “한식에 관한 한 전문가로 자부하지만 이날 요리는 내가 먹어본 한식 중 최고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함께 식사한 김 국장은 즐겁지 않은 상대였다. 김 국장은 미국이 공격적이고 미국인들이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를 거론하며 클래퍼 국장을 비난하는 데 대부분의 식사 시간을 할애했다.

김 국장은 갈수록 목소리가 높아져 결국에는 몸을 앞으로 기울인 상태에서 손가락질하며 “미국과 한국의 합동 군사훈련은 전쟁 도발 행위”라며 비난했다고 클래퍼 국장은 덧붙였다. 그는 이날 맛본 음식과 북한 주민들의 고난은 참으로 대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식사가 끝난 뒤 북한 측은 계산서를 내밀었다. 클래퍼 국장은 “진수성찬이 끝나고 수행원으로부터 ‘북한이 음식값 청구서를 건넸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WP는 당시 평양에 간 미 관리들에게 북한이 청구한 밥값이 얼마였는지, 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신용카드를 북한이 받았는지 등을 물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기사를 쓴 WP 칼럼니스트 앨 케이먼은 비꼬는 투로 “북한에는 공짜 점심이 없었다”면서 “경화(硬貨)를 구하려고 혈안이 된 북한 입장에서 달러 한푼도 소중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워싱턴 소식통은 “미국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주도한 최고 강경파 김영철이 클래퍼 국장을 상대한 것 자체가 북한이 미국과의 진정한 대화에 뜻이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며 “밥값까지 청구한 이런 비상식적인 행동은 미국 정부의 대북 인식을 더욱 악화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