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보란 듯… 속도 내는 오바마의 중남미 구애

입력 2015-01-17 02:48
쿠바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와 여행 자유화를 선언한 오바마 정부가 불법 이민자 추방 유예를 골자로 하는 이민개혁 행정명령 이행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미국의 본격적인 중남미 끌어안기 행보로 해석된다.

15일(현지시간) 멕시코 정부는 미국 주재 영사관에서 미국에 거주하는 자국인들에 대한 출생증명서 발행을 시작했다. 이는 자국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노동허가증과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게 하는 절차로 추방 유예를 염두에 둔 양국 정부의 교감하에 이뤄진 조치로 해석된다.

지금까지 멕시코 이민자들은 미국 현지에서 출생증명서를 직접 발급받을 수 없었다. 본국에 있는 친지들을 통해 우편이나 불법적인 인편으로 서류작업이 진행돼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중간에 소실될 위험도 높았다. 하지만 미국 내 출생증명서 발급이 가능해짐에 따라 이들의 합법적 취업이 훨씬 수월해질 전망이다.

멕시코 정부는 오바마 정부의 이민개혁안을 적극 지지하며 발 빠르게 제반여건을 갖추는 데 협력하고 있다. 미국 내 1100만 불법 이민자 중 절반가량이 멕시코 출신인 상황에서 이들이 본국으로 송금하는 금액은 멕시코 경제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행정명령으로 적어도 300만명에 달하는 멕시코 이민자들이 혜택을 누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역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주요 참여국이자 접경국인 멕시코와의 협력 확대로 중남미 국가와의 정치·경제적 관계 복구에 속도를 내게 됐다. 16일부터 본격 적용되는 쿠바에 대한 무역 및 금융 제한 조치 해제도 라틴아메리카로 향하는 미국의 행보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가족 방문, 공무상 방문, 취재, 전문연구, 교육, 종교, 워크숍 등 공공 활동, 쿠바 국민 지원, 인도적 프로젝트, 민간 연구·교육재단 활동, 수출입 거래, 특정 수출 거래 등 12개 분야의 여행이 자유화돼 미국인의 쿠바 방문과 현지 소비가 대폭 자유로워졌다.

미국은 앞서 16일부터 쿠바에 대한 무역 및 금융 제한 조치를 해제하고 여행도 자유화한다고 15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인들은 쿠바에서 한도 제한 없이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또 쿠바에서 100달러 이내에서 술과 담배를 들여올 수 있다. 쿠바 가족들에게 연간 8000달러까지 송금할 수 있게 됐다.

인도적 프로젝트에 대한 송금 제한도 해제돼 쿠바계 미국인들은 쿠바 입국 시 최대 1만 달러까지 현금을 소지할 수 있게 됐다. 민간주택 건설자재, 민간기업용 상품, 농기계 등의 수출과 미국 통신사업자들의 쿠바 진출 허용은 양국 경제 모두에 이득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쿠바 국민의 정치·경제적 자유를 신장할 수 있는 새 정책으로 자신들의 미래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