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후 강제 북송된 국군포로 유가족에게 국가가 1억원을 배상하라는 15일 법원의 판결은 대한민국 정부를 부끄럽게 만든다. 과연 국가는 무엇이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라는 원초적 질문을 하게끔 한다. 국군포로 한만택(당시 72세)씨는 2004년 12월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넘어 중국으로 탈북, 가족을 만나려다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그는 강제 북송돼 평안남도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됐고, 2009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은 한씨의 유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방부와 외교통상부 공무원들이 한씨를 보호해 국내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국군포로 북송과 관련해 국가에 배상 책임을 물은 첫 판결이다.
그는 한국전쟁에 참전해 무공훈장까지 받은 인물이다. 6·25전쟁이라는 국가적 위난이 일어났을 때 배관공이던 그는 국가 존립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걸고 참전했다. 그러나 국가는 포로가 된 한씨를 위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책무조차 하지 않았다. 몇십 년이 지난 뒤 한씨 가족들은 그의 생존 사실을 파악하고 중국으로 탈북해 가족과 만날 계획이 있다는 진정서를 국방부에 냈다. 하지만 국방부가 한 일은 그가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는 사실을 외교부와 국가정보원에 통보한 것 외에는 없다. 외교부도 구체적인 구금 장소를 통보받고도 국내 송환을 위한 방문 면담 등의 노력을 하지 않고 단지 북송됐다는 사실만 가족들에게 통보했다.
이런 조치만을 해놓고도 국가공무원들이 제 할 일을 했다고 할 수 있는가. 재판부도 “참전했다 포로의 신분이 된 사람들을 송환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책무”라며 “공무원들의 과실로 50년 넘는 기간 동안 염원했던 귀환이 무산됐고 한씨가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이렇게 취급한다면 어느 누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는가. 정말로 국가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남북 대화가 재개되면 이산가족을 논의할 때 반드시 국군포로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사설] 국군포로 제대로 보호 못한 부끄러운 국가
입력 2015-01-17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