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임항] 도심 생태연결로

입력 2015-01-17 02:10

서울에는 산과 하천이 고루 퍼져 있다. 그러나 사통팔달 뻗은 도로가 이들 산을 곳곳에서 단절하고 파편화했다. 이렇게 단절된 녹지축을 연결하는 생태연결로가 19개가 조성돼 있다. 도심 속의 생태연결로는 고속도로나 국도로 단절된 산의 양편을 잇는 생태통로처럼 야생동물만을 위한 경우는 없고, 대부분 사람과 야생동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완공된 것으로는 양재천과 구룡산(개포동), 관악산과 사당동(남부순환로), 남산과 응봉산(버티고개) 등을 잇는 생태연결로가 있다. 북한산∼백련산(녹번동 산골고개), 안산∼인왕산(무악재), 도봉산∼방학공원(방학로) 생태연결로들은 현재 공사 중이거나 착공할 예정이다. 대개 육교형인 생태연결로는 시민들이 자연을 더 일관성 있게 즐기도록 돕는다. 유형도 산과 하천, 산과 공원, 산과 산을 잇는 경우들로 다양하다.

그렇지만 정작 동물이 건너다니는지는 모니터링 결과가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지관리비가 많이 들어서 곤란하다”면서 “녹지축 연결이 우선이고 동물 이동은 부수적으로 기대하는 효과”라고 말했다. 그럴 거라면 왜 큰돈을 들여서 야생동물 통로를 함께 만드는지 의문이다. 이들 생태연결로를 조성하는 데는 한 곳당 30억∼70억원이 든다.

오는 3월 완공을 앞둔 산골고개 생태연결로를 가 봤다. 길이 55m, 폭 13.6m, 다리높이가 15m에 이르는 생태연결로는 양쪽 끝에 사람이 다니는 좁은 통로를 제외한 가운데 10.8m 폭의 공간을 야생동물에게 할애했다. 동물 통로는 주변보다 1.7m 더 높게 성토를 하고, 나무를 심어 야생동물을 배려했다. 이렇게 큰 육교는 동물이 지나다니지 않는다면 전시행정을 위한 예산 낭비가 된다. 전문가들은 야생동물 이동을 위한 통로 조성은 바람직하나 어떤 동물의 통행을 목표로 삼을 것인지와 그들의 행태를 면밀히 조사한 후 사업추진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