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었던 거인이 깨어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에 언급된 이 거인은 중국이다. 중국은 2015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2연승을 거두며 B조 1위를 확정지었다. 반면 북한은 B조에서 2연패를 당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중국과 북한의명암이 엇갈리는 이유는 뭘까.
◇비상하는 중국 축구=중국 축구는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개인 기량뿐만 아니라 경기 운영 능력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빠르고 효율적인 선진축구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중심엔 알랭 페랭(59·프랑스) 대표팀 감독이 있다.
중국은 2011년 ‘명장’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스페인) 감독을 선임했으나 2014 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에서 무너졌다. 재기를 노린 중국은 지난해 2월 이름값은 떨어지지만 프랑스 리그에서 좋은 성과를 낸 페랭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페랭 감독은 1993년 프랑스 4부 리그의 트루아를 맡아 6시즌 만에 1부 리그로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2008년 올랭피크 리옹 감독으로 프랑스 리그와 프랑스컵 정상에 올랐다. 빠른 공수 전환과 탄탄한 수비를 중시하는 페랭 감독은 단시간에 중국 축구의 체질을 개선시켰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축구 공정’도 중국 축구 발전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축구를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필수과목으로 정하는 등 적극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시진핑의 눈치를 보는 부호들은 막대한 돈을 들여 프로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슈퍼리그’에 세계적인 감독과 특급 선수들이 몰리고 있다.
◇추락하는 북한 축구=북한은 예상 밖 결과에 당황하고 있다. 2011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북한은 이번 대회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몇 년 전부터 국제무대에서 돋보이는 성적도 거뒀다. 지난해 북한은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에서 한국을 꺾고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23세 이하 대표팀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했던 리영직, 정일관, 강국철 등은 이번 출전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북한은 조별리그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전술은 단조로웠고 약팀이 선호하는 ‘선수비-후역습’으로 경기에 임했다. 결과는 우즈베키스탄전 0대 1, 사우디아라비아전 1대 4 패배였다.
북한은 상대 전력 분석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국가는 맞춤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상대국 평가전 등에 전력분석관을 파견한다. 그러나 북한은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를 통해 상대국의 전력을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축구에선 체계적인 훈련에 정보력이 뒷받침돼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북한이 투지만 믿고 국제대회에 나섰다간 앞으로도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2015 호주 아시안컵] 포효하는 中 VS 주저앉은 北
입력 2015-01-17 0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