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박강월] 나는 새 피조물

입력 2015-01-17 02:17
2011년 1월 초부터 2개월 사이 머리를 세 번 열었다. 종양 제거와 인조 두개골 삽입 수술, 두 번이면 될 것을 집도의 실수로 세 번 했다. 사람들은 왜 아무런 고발조치 없이 계속 진료를 받는지 어이없어 한다. 수술 전 지인들은 국내 최고의 의료진을 소개해주겠다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심지어 주치의도 내가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것이라 여겼는지 수술 직전 그 병원에서 가장 실력 있다는 뇌수술 전문의를 병실로 모셔와 소개했을 정도다.

그러나 병원 응급실에서 진료 받고 주치의가 됐지만 우연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 절대우연은 없다고 믿기에 그대로 수술을 받았고, 결국 지인들이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 코마 상태에 빠졌으며 투병생활 중 가장 심각한 공포를 준 경련발작까지 겪어야 했다.

인조 두개골을 덮고 첫 검사 결과, 재발 가능성이 나와 죽을 만큼 낙심한 일도 있다. 재검사 전 20일간은 지옥을 헤매다 하나님께서 고쳐주신 것으로 무조건 믿고 감사기도를 드리며 두 달을 지냈는데 어느 새벽 “치료는 끝났다”는 음성을 들었다. 그래도 두려움을 안고 3개월 후 다시 검진을 받았고 깨끗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외래에서 결과를 전해 듣고 “한번 안아봐도 될까요?” 했더니 “그럼요”하며 벌떡 일어서는 주치의는 키도 체격도 커서 내가 안은 게 아니라 도로 안긴 꼴이 되었다. 난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병원을 나오며 너무나 기쁜 나머지 아무나 붙들고 “고맙다” 하고 싶은 것을 가까스로 참았던 기억이 난다.

만남의 필연을 믿기에 돌고 돌아 온 투병이었지만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가장 적절한 맞춤훈련 코스라 믿는다. 죽음의 계곡을 넘나들며 막연하던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대속과 치유, 회복의 죽음보다 강한 사랑이 실제적으로 다가온 때문이다. 코마 상태에서 본 갈보리 언덕의 나무십자가는 일평생 알아왔던 예수님의 사랑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 사랑의 푯대를 향해 전심을 다해 따르기로 내 마음은 이미 확정되었다.

박강월(수필가, 주부편지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