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와인 알코올 농도의 속사정

입력 2015-01-17 02:20
와인 숙성통. 위키피디아

세상은 다양성으로 이뤄져 있다. 다양성은 긍정적 결과를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해 왔다. 선택의 폭을 넓히고 선의의 경쟁을 유발함으로써 발전을 가져오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인류의 삶과 밀접한 술에 있어 종류의 다양함은 와인이 최고일 듯하다. 숙성 방식, 조건 등에 따라 다양한 와인이 생겨난다. 종류에 따라 맛이나 향기, 색깔과 알코올 농도가 다양하다. 그러나 와인이 지닌 알코올 농도는 최대 14도 수준이다.

와인의 알코올 농도가 일정한 범위 내에 있게 되는 것은 숙성 과정에서 나타나는 되먹임 작용 때문이다. 와인은 포도가 지닌 당을 산소가 부족하거나 없는 상태에서 효모가 분해함으로써 만들어지는데 이를 알코올 발효라 한다. 이 과정에서 효모는 자신의 성장을 위해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고, 알코올의 일종인 에탄올과 이산화탄소를 부산물로 만들어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효모는 자신이 만들어낸 부산물이 증가할수록 성장이 제한되고 알코올 농도가 14도 이상이 되면 죽게 된다. 즉, 자신이 만들어낸 물질의 과도함의 되먹임 작용으로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 때문에 와인의 알코올 농도는 14도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한다. 결국 와인의 알코올 농도는 효모의 생존 가능한 최대 농도를 넘는 순간을 정점으로 고정되는 것이다.

알코올 발효에 관여하는 다양한 효모는 생존 가능 최대 농도가 각각 다르고 이에 따라 와인의 알코올 농도가 다양하게 변화되는 것이다. 또한 포도가 지닌 당분이 많으면 많을수록 분해되는 양이 많아져 알코올 농도가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당도가 높은 포도로 만든 와인이 도수가 높고, 이러한 와인들이 고급 와인으로 상품화되어 시장에 나온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따라 포도 재배지의 기온이 상승하여 과거에 비해 당도가 높은 포도가 생산되면서 14도를 넘는 와인을 시중에서 종종 볼 수 있다.

포도가 지닌 타닌과 여러 가지 무기질의 양, 숙성과 저장을 위해 사용하는 통나무의 종류에 의해 맛과 향의 다양성이 더해지는 와인이지만 농도만큼은 아이러니한 자기조절 방식을 통해 결정된다. 사고의 다양성에 함몰되어 심한 자기주장에 빠져들거나 함께해야 할 고통을 저버리는 일이 다반사인 요즘의 우리 사회, 되먹임 작용으로 인해 생명현상을 잃는 효모의 모습과 유사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노태호(KEI 글로벌전략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