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성] 성경 연구 30년 외길, 후진들 신학의 등대… 박윤선 목사의 신학 되짚어 볼 책 두 권

입력 2015-01-17 01:17
강단에서 열정적으로 설교하는 생전의 박윤선 목사. 성경 전권을 주석한 박 목사의 삶은 강의와 집필, 목회로 점철돼 한국의 수많은 목회자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영음사 제공
신학자로 널리 알려진 정암 박윤선 목사(1905∼1988)에 대한 재조명이 최근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박 목사는 평생을 성경 연구와 후진 양성에 매진했으며 30여년간 집필해 성경전권 주석을 완간,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강단 사역에 큰 도움을 주었다.

이 가운데 도서출판 영음사가 ‘박윤선과의 만남’이라는 연작 3권 목회자 대담록에 이어 ‘요한계시록 강해집’을 잇따라 출판, 화제가 되고 있다. 영음사는 박 목사의 유지를 받드는 출판사로 다양한 문서선교 사역을 펼치고 있다.

책 ‘박윤선과의 만남’은 박 목사가 담임하던 장안교회와 통합한 화평교회를 담임한 안만수(정암문서선교회장) 목사가 5년여에 걸쳐 140명의 목회자를 인터뷰한 생생한 기록이다. 박 목사에게 직접 신학 강의를 듣거나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이 시대 목회자 140명을 차례로 찾아다니며 대화한 내용을 구어체 그대로 실었다.

안만수 목사는 책의 머리글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하며 순교자적 자세로 연구와 저술에 몸부림친 정암의 모습 속에서 많은 목회자들이 자신은 그러지 못함을 불편해했다”며 “하나님께 붙잡혀 쓰임받은 정암의 신앙과 신학은 오늘날도 많은 목회자들에게 여전히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밝혔다.

신행일치(神行一致) 침묵정진(沈默精進)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의 대담에는 김명혁 김성수 박종구 박형용 방지일 석원태 손봉호 신복윤 오덕교 원주희 이만열 이종윤 전병금 정필도 최성규 최홍준 홍정길 등 한국교회 내로라하는 목회자 및 지도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성경 ‘요한계시록’은 환상을 기록한 어려운 책이란 선입견이 항상 따라다닌다. 그래서 잘못 이해하는 것보다 차라리 보지 않는 것이 낫다고 여기기도 한다. 칼뱅도 요한계시록은 주석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나온 이단·사이비 종파들을 보면 전부 계시록을 잘못 해석하는 데서 비롯됐다.

404절로 이뤄진 요한계시록은 518번이나 다른 성경을 간접적 혹은 암시적으로 인용했다. 여러 환상 장면도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구약 성경을 배경으로 해 성경 65권을 잘 알 때 요한계시록도 잘 이해할 수 있다.

박윤선 목사는 요한계시록을 지극히 사랑한 신학자였다. 계시록을 전부 암송한 그는 44세인 1949년, ‘계시록 주석’을 첫 출간했다. 또 이렇게 암송하고 주석한 계시록을 그는 신학교에서, 교회에서, 사경회에서 숱하게 가르치고 설교했다. 이런 그가 생애 말년(1986∼1987)에 시무하던 교회에서 주일 오후에 계시록 전부를 가르쳤고 이 내용이 ‘요한계시록 강해’책으로 엮여 나온 것이다. 오랜 시간 검증된 신학자가 생애 말년에 자신이 시무하던 교회에서 평신도에게 가르친 내용이라 너무나 쉽게 우리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52번의 강해를 푼 이 책은 1부 ‘그리스도와 교회’에서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일곱 교회 이야기를 다룬다. 2부 ‘참된 교회의 승리’에서는 일곱 인, 일곱 나팔, 일곱 대접 재앙으로 대표되는 환상을 통해 교회가 받는 핍박에 대해 다룬다. 3부 ‘구원이 완성된 세상’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는 교회의 완전한 승리를 다룬다. 이를 통해 우리 각자가 처한 숱한 현실 속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 결국 천국 소망임을 각인시켜준다.

“목사가 개혁되어야 교계가 개혁되지 않겠습니까? 목사가 개혁되기를 싫어하면 결국 교인들이 개혁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교인들이 개혁되는 길은 성경 말씀 배우는 겁니다.”(108쪽)

“죄라는 것은 경사진 얼음판과 같습니다. 평평한 얼음판이 아니라 이렇게 경사가 졌어요.”(122쪽)

이 책은 800쪽이 넘지만 글씨가 크고 시원시원하게 편집돼 읽기가 수월하다. 책상에 두고 한 편씩 읽어내려가면 풍성한 은혜를 맛볼 수 있을 것으로 목회자들은 추천하고 있다.

정필도(수영로교회 원로) 목사는 “오로지 기도와 말씀 연구, 집필과 열정적인 강의로 기억되는 박 목사님은 아주 좋은 교수의 모델이셨다”며 “영음사에서 나온 이 두 책은 목회자는 물론 평신도들에게도 영적 깊이를 더해주는 소중한 보물이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