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창업 신화’로 불리던 중소기업 대표가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무면허로 고가의 수입차를 몰고 질주하며 연쇄 추돌사고를 냈다. 사고 이후 경찰 소환에 불응한 채 시내 호텔을 전전하다 긴급 체포됐다. 경찰은 그가 금지약물을 복용하고 환각 상태였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이다. 이렇게 무면허로 연쇄 사고를 내고 뺑소니와 차량 절도 혐의에 난동까지 부린 운전자를 경찰은 그냥 귀가시켰던 것으로 드러나 사고처리 과정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강남구 언주로에서 유모(37)씨가 자신의 벤틀리 컨티넨탈 승용차를 몰고 질주하다 차량 3대를 잇따라 들이받았다. 부딪힌 차량 한 대는 완전히 뒤집어질 정도였다. 이 사고로 유씨 차량의 앞바퀴가 빠졌지만 500m를 더 질주했다.
그러다 차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자 갓길에 세워져 있던 아반떼 승용차를 훔쳐 타고 달아나다 금호터널에서 BMW 승용차를 다시 들이받았다. 피해 차량에 타고 있던 여성을 폭행하기까지 했다. 경찰이 오자 옷을 벗으며 저항했다. 유씨는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지만 경찰은 “체포 대상은 아니다”며 불구속 입건하고 귀가시켰다.
유씨는 14일 오후 10시55분쯤 강남구 삼성동의 한 호텔에서 체포됐다. 강남경찰서는 15일 오후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유씨가 사고 직후 치료받은 병원에서 금지약물 복용 정황을 확보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씨 소변 등의 정밀 분석도 의뢰했다. 유씨는 “불면증 때문에 처방 받은 수면제를 과다 복용해 정신이 혼미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유아용 물티슈 제조업체 M사 대표다. 이 사고를 낸 뒤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29세에 자본금 800만원으로 창업한 뒤 수백억원대 재산을 모으며 청년 기업가로 이름을 날렸다. 유씨가 탔던 벤틀리는 3억원가량 하는 고급 수입차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강남 벤틀리 연쇄 추돌사고 알고보니… ‘청년창업 신화’ 中企 대표 금지약물 복용 정황
입력 2015-01-16 0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