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월성 1호기 재가동 심사, 결론 못내고 연기

입력 2015-01-16 04:38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장(오른쪽)이 15일 서울 세종로 원자력안전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원자력발전소 월성1호기 계속운전 허가안 심사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곽경근 선임기자

‘노후 원전’인 경북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재가동(계속운전) 여부를 놓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심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다음으로 미뤘다.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인 만큼 쉽게 결론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원안위는 15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광화문 원안위 본사에서 제33회 전체회의를 열고 월성 1호기 수명연장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회의에는 전체 위원 9명 중 8명이 참여했고, 정부 추천으로 선발된 최재붕 위원은 개인적인 사유로 불참했다. 이 중 5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면 월성 1호기는 2022년까지 재가동될 예정이었다. 월성 1호기의 재가동 여부가 미칠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회의는 오후 8시가 다 되도록 이어지다 결국 다음 회의가 열리는 다음 달 12일에 다시 심의키로 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안위가 오늘 결정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다음으로 미뤄져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면서 “원안위의 차기 회의에서 계속운전이 승인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공방의 핵심은 월성 1호기의 안전성이 확보됐는지 여부였다. 원안위 산하 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지난해 10월 ‘계속운전 심사 보고서’를 발표하고 “안전성 측면에서 재가동에 문제없다”는 결론을 냈다. KINS는 지난 6일 발표한 ‘월성 1호기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서도 “19가지 문제점이 발견되긴 했지만 추후 보완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가이드라인이 제시한 평가기준을 만족한다”고 평가했다. 스트레스테스트란 지진이나 해일 등 재해 상황이 닥쳤을 때 원전의 물질적 방호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민간 검증단은 “안전 문제점이 32건 발견됐다”며 원전 재가동을 반대했다. KINS와 민간검증단의 엇갈린 분석은 회의에서도 여러 차례 충돌했다. 특히 지진 발생 시 월성 1호기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공방이 치열했다. 위원들은 KINS와 민간 검증단이 제출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대해 지질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다시 보고하라고 요청했다.

찬성 측은 월성 1호기를 멈췄을 때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도 재가동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미 월성 1호기의 재가동을 위해 압력관·전산기를 신품으로 교체하는 등 설비투자에 5600여억원을 쏟아부었다. 다시 가동하지 않으면 헛돈을 쓴 셈이 되는 것이다. 가동을 멈추면 향후 전력 수급에 있어서도 큰 공백이 예상된다. 한수원 관계자는 “낡은 설비를 교체했기 때문에 새 발전소나 다름없다”며 “월성 1호기가 생산하는 전력량을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한다면 1년에 4000억원 정도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월성 1호기 수명연장 반대 대책위원회, 정의당, 녹색당, 노동당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수명이 끝났고 안전성도 확인되지 않은 월성 1호기를 폐쇄하라”고 주장했다.

설비용량이 67만9000㎾에 이르는 월성 1호기는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가동기한인 30년을 채우고 2012년 11월 가동이 중단돼 2년째 멈춰서 있다. 한수원은 2009년 12월에 운전기간을 10년 연장하는 수명연장 신청을 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