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뱅킹 ‘파밍 사기’ 은행도 책임

입력 2015-01-16 03:52
가짜 인터넷뱅킹 사이트를 만들어 돈을 빼돌리는 이른바 ‘파밍’ 사기에 대해 은행에 10∼20% 배상책임이 있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신모씨는 지난해 7월 사무실에서 컴퓨터로 농협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악성코드에 감염된 신씨 컴퓨터는 가짜 농협 사이트로 접속됐다. 가짜 사이트의 안내에 따라 주민등록번호, 비밀번호, 보안카드 번호 등을 모두 입력했다. 2시간 후 농협에서 공인인증서가 재발급됐다는 문자 메시지가 전송됐다. 곧바로 신고했으나 불과 15분 사이 2400만원이 빠져나갔다. 신씨와 유사한 피해를 당한 은행 고객들은 “피해금액 11억여원을 배상하라”며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부장판사 전현정)는 15일 신한·국민·하나·기업은행과 농협을 상대로 신씨 등 36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은행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피해자 33명에게 모두 1억91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부인, 아들 등에게 공인인증서를 주고 대신 거래하게 한 원고 3명은 전혀 배상받지 못했다. 공인인증서가 재발급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도 아무 신고도 하지 않은 원고 1명은 은행 책임이 10%로 제한됐다. 나머지 원고 32명에 대해서는 은행에 20% 책임이 있다고 봤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