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1위 질주 이끄는 문경은 감독 “초보 감독 딱지 떼고 싶어서 더 열심히 했다”

입력 2015-01-16 03:57

올 시즌을 앞두고 프로농구에서 서울 SK는 중위권 전력으로 분류됐다. 울산 모비스, 고양 오리온스, 창원 LG 등 쟁쟁한 우승 후보들이 즐비한데다 전력 보강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SK는 1위를 달리고 있다. 15일 2위 모비스가 원주 동부에 57대 67로 패하며 승차는 한 게임으로 벌어졌다.

SK 선두 질주의 원동력은 문경은(44·사진) 감독이다. 문 감독은 ‘모래알 조직력’이라는 따가운 비판을 받으며 하위권을 전전하던 팀을 하나로 만들어 승승장구하고 있다.

문 감독은 “올 시즌은 ‘초보’라는 딱지를 떼고 싶어서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감독에 선임됐다. 감독 데뷔 첫해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올려놨고, 지난 시즌에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이제 3년이 지난 만큼 좀 더 가다듬어 자신만의 색깔이 있는 감독으로서 더욱 책임감 있게 팀을 이끌고 싶다는 의미다.

문 감독은 또 농구대잔치 세대 지도자의 선두주자라는 책임감이 무겁다고 했다. 그는 “농구대잔치 세대 중 내가 제일 먼저 감독이 됐다”면서 “내가 더 열심히 해야만 후배들에게 길을 잘 터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감독의 지도 스타일은 형님 리더십이다. 친근하게 대하고 장점을 살려주는 방향으로 선수들을 조련하고 있다. 그는 “김선형의 경우 화려한 플레이를 하지만 그만큼 실수도 많다는 비판을 듣는다”면서 “그런데 그 플레이 때문에 지는 경기보다 이기는 경기가 더 많다. 나는 선수가 잘 하는 것을 더 잘하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팀 고참 선수들은 나와 같이 선수로 경기를 뛰었을 정도로 나이차가 적다. 그런 상황에서 권위를 내세울 수 있겠는가”라며 “대신 내가 경기에서 주문한 대로 움직이니 이긴다는 생각을 선수들이 가진 후 자발적으로 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감독의 목표는 챔피언결정전 우승과 SK 농구 색깔을 뿌리내리는 것이다. 문 감독은 “SK 농구는 강력한 수비와 빠른 공수 전환”이라며 “이를 통해 속공과 같은 패기 있는 플레이가 넘쳐나 많은 팬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