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아슬아슬 黨靑, 누가 선 넘을까

입력 2015-01-16 03:20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수첩 파동으로 당청 관계가 벼랑 끝에 마주 선 것처럼 아슬아슬하다. 여기에다 ‘친박(친박근혜) 대 비박(비박근혜)’의 계파 갈등까지 중첩될 조짐이 엿보인다. 자칫 잘못했다간 내전(內戰)으로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여권 내부에 퍼지고 있다.

김 대표 수첩 파동으로 “김 대표를 언제든 만날 수 있다. 만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은 당분간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숨통이 트일 뻔했던 당청 관계가 완전히 막힌 것 같다는 데 이견은 없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15일 “박 대통령과 김 대표 간 단독 회동은커녕 당청 회동 자체가 없을 것 같다”며 “김 대표 수첩 파동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만나는 게 더 이상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 친박 의원은 김 대표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과 앞으로 정기적으로 만나 대화 하겠다”고 말한 것을 빗대 “이런 분위기라면 ‘부정기적으로라도’ 박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만날 일은 없어 보인다”고 비꼬았다. 당청 관계의 적나라한 현 주소다.

게다가 지금은 국회가 비회기 중이다. 입법 사항과 관련해 당청이 머리를 맞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당청 모두 상대방에게 할 말이 있어 응어리가 풀리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특별한 모멘텀이 없다면 설 전까지는 당청이 ‘마이웨이’를 걸을 가능성이 크다. 해빙에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청와대는 사진기자 카메라에 수첩이 찍힘으로써 정국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데 단초를 제공한 김 대표의 부주의함에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반면 김 대표는 청와대 행정관의 ‘배후’ 발언이 알려진 뒤 “나에 대한 음해가 얼마나 심한지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양측 모두 시간만 흘러가길 바란다면 잃는 게 너무 크다. 청와대가 여당 도움없이 ‘외발’로 국정을 끌어가기엔 힘이 부칠 게 분명하다. 새누리당 고민도 적지 않다. 당청 관계가 악화된다면 계파 갈등이 불붙을 위험성이 있다.

다만 양측 모두 확전만은 피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청와대의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새누리당 내부 목소리는 수그러들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불안하다. “김 대표의 사당화”를 주장했던 친박계 의원모임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오는 29일 국회에서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에 맞서 김 대표 측근인 김성태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청와대 사람들이 김 대표를 계속 삐딱하게 쳐다본다면 ‘참는다, 참는다’ 인내해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장을 날렸다.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공교롭게 친박인 서청원 김을동 이정현 최고위원이 불참했다. 친박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하지만 서·김 최고위원은 각각 일본과 쿠웨이트 출장 중이었고 이 최고위원은 지역구인 전남 순천에 일정이 있어 나오지 못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