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극을 벌이며 아내의 전 남편과 의붓딸을 살해한 김상훈(46)씨가 경찰과 아내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주장을 했다.
김씨는 15일 오전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경기도 안산단원경찰서를 나서면서 취재진에 “나도 피해자다. 경찰이 지금 내 말을 다 막고 있다”면서 “막내딸이 죽은 건 경찰 잘못도 크고, 애 엄마의 음모도 있다. 철저한 수사를 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말했다. 그에게서 잔혹한 범행에 대해 후회하거나 반성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씨는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오면서도 “(경찰은) 막내딸이 죽을 때 오히려 나를 안정시킨 게 아니고 더 답답하게 만들었고 흥분시켰다. 요구조건을 들어주는 게 없어 장난 당하는 기분이었다. 아이들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애들이 살려 달라는 소리를 애 엄마가 무시한 것이다. 인간으로서 이해가 안 간다. 애들한테 살려주기로 약속했는데 애 엄마한테 무시당했다”며 범행의 책임을 부인 A씨(44)에게 떠넘겼다.
사건을 수사 중인 안산상록경찰서는 보도자료를 통해 “극악무도한 범죄자의 파렴치한 언행”이라고 김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경찰은 피의자와 큰딸, A씨, 경찰관 사이의 시간대별 통화내역을 공개하며 강력하게 부인했다.
경찰은 특정강력범죄처벌법에 따라 김씨의 얼굴과 신상을 공개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수법이 잔인한 사건인 데다 사회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관련법에 의거해 얼굴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한편 A씨는 인질극이 벌어지기 전인 지난 8일 김씨가 휘두른 흉기에 허벅지를 찔려 병원치료를 받은 뒤 안산상록경찰서를 찾아가 상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경찰서 측의 안내가 미온적이라고 판단한 A씨는 상담을 중단하고 귀가한 뒤 두 딸을 피신시키려다 인질 사건을 당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A씨가 민원상담실을 찾아온 것은 맞는다”며 “민간상담사가 ‘현행범 사건이 아니어서 고소장을 제출하면 해당 부서에서 처리해줄 것’이라고 말했는데 A씨는 그냥 귀가했다”고 설명했다.
안산=강희청 기자
‘짐승보다 못한’ 안산 인질범… 반성은커녕 “나도 피해자”
입력 2015-01-16 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