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미국인들에게 앤드루 마셜(93·사진)은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미 행정부와 의회에서 그는 ‘미 국방·군사전략의 대부’로 통한다. 구소련과 중국 등 미국의 라이벌 국가들은 그가 내놓은 보고서 등을 한 자도 빼놓지 않고 번역하고 연구했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은퇴 의사를 표명했던 마셜이 2일(현지시간) 40년간 재직한 총괄평가국(Office of Net Assessment·ONA)을 떠났다.
마셜은 리처드 닉슨 행정부 시절인 1973년 국방부 ‘내부 연구소’인 ONA 국장으로 취임한 이래 쭉 이 조직을 이끌어 왔다. ONA에 합류하기 전에는 1949년부터 랜드연구소 핵전략 전문가로 일했다.
ONA의 업무는 미국에 위협이 되는 국가의 군사력을 평가하고 이에 기반해 미국의 장기적 군사전략을 수립하는 것이었다. ONA는 미 국방장관 직속 조직으로, 생산된 보고서는 장관과 백악관에만 보내졌다. 질이 우선이라는 마셜의 주장에 따라 보고서 제출시한도 없었다. 외부 간섭도 없고 시한도 없이 10명 정도의 소수 정예로 운영됐다.
마셜이 가장 힘을 쏟은 것은 구소련의 군사력 평가였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1970년대 구소련이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6%를 군사력에 투입한다고 분석한 반면 마셜은 30%라고 평가했다. 그는 대(對)소련 전략으로 미국이 강점을 가진 군사 부문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소련이 국력을 초과하는 군사지출을 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소련에 대한 군사력 평가와 전략은 적중했다고 할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 국방전략을 채택하게 된 데도 중국의 군사력 위협을 강조해 온 그의 역할이 컸다. 외국에 있는 미군 군사기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장거리 전투능력 제고로 방향을 튼 것도 그의 작품이다.
앤드루 크레핀네비치와 배리 와츠는 마셜의 은퇴에 맞춰 최근 출간한 저서 ‘마지막 전사(The Last Warrior·오른쪽 사진)’에서 중국의 부상과 군사 분야의 기술혁명(RMA) 예측 및 대응책 마련을 그의 주요 업적으로 꼽았다.
하지만 마셜의 업적은 이미 1970년대에 끝났다는 혹평도 있다.
WP는 ‘마지막 전사’에 대한 서평에서 마셜이 구소련과 중국 등 강대국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월남전과 9·11 이후 대테러전 등에 대한 전략에는 기여한 바가 없다는 비판을 소개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美 군사전략의 대부, 40년 만에 퇴장한다
입력 2015-01-16 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