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조냐, 남북 주도 대화냐.’ 신년 초부터 박근혜정부의 대외정책이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대화 전제조건은 아니라는 기조를 내비치며 남북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출했다. 하지만 미국은 바로 이튿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까지 나서 최고 수준의 대북제재를 또다시 예고했다. 우리 정부의 남북대화에 대해서도 비핵화 진전이 있는 대화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정부의 당국회담 제의에 2주 넘도록 묵묵부답이다.
때문에 정부가 미국이 요구하는 ‘북한 비핵화’ 조건을 어떻게 충족시키면서 남북대화를 해나갈지 해답을 찾지 못한 채 딜레마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을 달래면서 미국의 요구도 충족시켜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남북대화를 촉구한 이상 ‘회담 카드’를 거둬들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남한 주도의 대북정책이 예전과 마찬가지로 또 한계를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머리에 핵을 이고 살 수는 없다’고까지 말하며 북핵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오다 지금은 비핵화가 전제조건은 아니라는 식으로 얘기했다”며 “집권 3년차 들어 남북관계에서 성과를 내려다보니 정부 대북정책이 급선회한 감이 있고 조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비핵화와 대화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해답도 마련돼 있는 것 같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당국자는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얘기는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와 핵문제를 선순환 고리로 가져가자는 취지”라며 “비핵화가 전제조건이 아니라는 말도 정상회담을 하는 데 조건이 필요하지 않지만 비핵화 진전 없이 회담이 잘 되겠느냐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북한에 비핵화 진전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긍정적으로만 해석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이 우리 대북정책에 어깃장을 내는 듯한 상황에 대해서도 “한·미 공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의 추가 대북제재가 우리 정부에 보내는 시그널이 아니라 미국 국내정치 상황에 기인한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나라다보니 소니픽처스 해킹 사태에 대한 미국 여론이 매우 심각했다”며 “미 행정부도 들끓는 여론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앞으로 북한에 취할 조치를 우리 정부가 충분히 숙지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강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기로에 선 정부에 돌파구를 마련해줄 당사자는 결국 북한밖에 없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의 압박을 받으면 언제나 대화테이블에서 남한보다 미국을 택하는 북한의 속성이 이번에도 또 드러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미국발 대북제재가 시급한 만큼 당분간 남북 대화보다 북·미 대화에 매달릴 것이라는 것이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이슈분석-정부 ‘남북화해 vs 한·미 공조’ 딜레마] 美 ‘비핵화’ 보폭 맞추며 北 달랠 묘수 고심
입력 2015-01-16 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