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예외는 없었습니다. 매년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품절입니다. 전국 670여개 매장으로 뿌려진 상자 1만5000개가 3시간 만에 사라졌습니다. 커피브랜드 스타벅스는 연초마다 출시하는 한정판 선물상자 ‘럭키백(Lucky Back)’으로 다시 한 번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럭키백은 다양한 디자인의 머그잔, 텀블러와 음료상품권 3장 등 스타벅스 상품들을 무작위로 담은 상자입니다. 상자 안에 어떤 상품이 담겼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판매가인 4만9000원어치 이상의 상품들이 담겨 있어 ‘꽝’은 없지만 종류를 고를 수 없습니다. 원하지 않는 상품을 받아도 환불할 수 없습니다. 럭키백이라는 이름 그대로 운에 맡기고 구입한 상자이기 때문이죠.
상자 1만5000개 중 500개에는 특별한 행운을 담았습니다. 상품을 10만원어치로 구성했거나 음료상품권 7장을 담은 경우입니다. 이 상자를 노리고 럭키백을 구입한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전국의 스타벅스 매장에는 15일 오전 7시 개장과 동시에 많은 사람이 몰렸습니다. 서울에서는 개장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선 매장도 많았죠. 마지막 상자가 팔린 순간까지 3시간이 걸렸을 뿐 럭키백은 대부분의 매장에서 개장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럭키백을 구입한 사람들은 대부분 20∼30대 여성으로 추정됩니다. 브랜드에 호감을 가진 성별과 연령층이죠. 여성 회원이 많은 육아, 쇼핑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는 아침부터 럭키백 이야기로 떠들썩했습니다. “평소엔 오전 7시 기상도 어려웠지만 오늘은 한 시간이나 먼저 일어나 남편의 비웃음을 샀다” “평소보다 일찍 출근한 남편이 럭키백을 들고 집으로 다시 들어왔다. 감동했다” “개장 전부터 매장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바로 앞에서 마감돼 구입할 수 없었다”는 등 SNS에는 서로의 상자 속을 비교하기 위한 상품 사진들로 가득했습니다.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럭키백을 내놓은 네티즌도 있었죠. 매장이 문을 열고 한 시간 만인 오전 8시쯤 럭키백의 가격은 두 배로 치솟은 7만∼8만원이었습니다.
럭키백 행사를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대동강물을 팔은 조선시대 봉이 김선달에 스타벅스를 비유합니다. 식사 한 끼 비용과 맞먹을 만큼 비싼 커피 한 잔의 가격 때문이죠. 우리나라 커피브랜드 시장의 소비자 가격을 높인 장본인이 스타벅스라는 시각도 많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럭키백은 불필요한 물건을 잔뜩 담은 이상한 상자일뿐입니다. “세련되지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상술” “스타벅스 로그만 그려져 있으면 조약돌도 팔려나갈 판”이라는 냉소는 그래서 나오는 듯 합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친절한 쿡기자] 스타벅스 ‘럭키백’ 3시간 만에 품절… 이렇게까지 열올리며 사야하나?
입력 2015-01-16 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