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진영의 혈맹인 삼성전자와 구글이 거리두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겉으로는 변함없는 동맹 관계를 천명하고 있지만, 각자 상대에게 의존하던 부분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영역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구글은 조립식 스마트폰 프로젝트 ‘아라(ara·사진)’를 본격화한다. 구글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제2회 프로젝트 아라 개발자 회의를 열고 올해 안에 푸에르토리코에서 조립식 스마트폰 아라를 판매한다고 밝혔다.
아라는 사용자가 원하는 부품을 끼워서 만드는 스마트폰으로 구글은 2012년부터 이 계획을 추진해 왔다. 예를 들어 더 빠른 속도를 원하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갈아 끼우고, 더 좋은 사진을 얻고 싶으면 카메라 모듈을 교체하는 식으로 맞춤형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더 선명한 화면이 필요하면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로 교체도 가능하다.
구글은 프로젝트 아라의 2세대 시제품인 ‘스파이럴 2’와 여기에 끼울 수 있는 모듈 11종을 공개했다. 실제 판매가 시작되는 시점에는 약 30종의 모듈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가격은 모듈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지만 기본형은 50달러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라 폰의 판매가 본격화되면 삼성전자 같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엔 위협이 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제조사가 정하는 사양 대신 원하는 대로 맞춤형 제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사후관리(AS)나 통신망 연동 문제 등으로 조립식 스마트폰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하드웨어에 관심이 높은 계층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구글은 온라인 광고를 주 수익원으로 하는 회사다. 검색, 메일, 지도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는 사용자들이 구글 생태계 안에 머무르면서 트래픽을 높여 광고 수익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구글에 하드웨어는 구글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도구일 뿐이다. 스마트폰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하드웨어로 수익을 남겨야 하지만, 구글은 하드웨어에서 돈을 버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더 많은 사람이 구글 생태계에 들어오기만 하면 된다. 고사양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되면서 구글이 저가형 플랫폼 ‘안드로이드 원’을 내놓는 등 아직 성장 여지가 남아있는 중저가 시장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다.
삼성전자도 구글이 언제까지 우군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별다른 성과가 보이지 않았음에도 자체 개발 OS인 타이젠에 꾸준히 공을 들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신들은 삼성전자가 마침내 타이젠 스마트폰 Z1을 시장에 내놓은 것을 구글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의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미 IT전문매체 더 버지는 ‘삼성전자가 구글의 타이태닉에 타이젠이라는 빙산을 세웠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타이젠 OS로의 확장은 구글에 도전하고 경쟁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하게 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기획] 안드로이드 동맹 금가는 소리
입력 2015-01-16 0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