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핵심 대책으로 그간 정부가 내놓은 게 고정금리 대출 확대 방안이었다. 가계부채 구조의 질적 개선을 위해 기존 변동금리 대출에서 고정금리 대출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2011년부터 이 정책을 추진해 온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에서 고정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2017년까지 40%로 높이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 덕분인지 금융 당국이 집계하는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2010년 0.5%에서 지난해 9월 말 20.9%로 상승했다. 실적만 봐서는 큰 변화다. 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무늬만 고정금리 대출이었다. 주요 은행의 고정금리형 대출 중 90% 정도가 사실상 변동금리와 다름없는 혼합형 금리 상품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혼합형은 처음 3∼5년간 고정금리로 이자를 내다가 이후 변동금리 적용을 받는 구조다. 이 경우 저금리 기조가 끝나면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져 가계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혼합형이 지난해 대세를 이룬 것은 별다른 가계부채 대책이 없던 금융 당국이 시중은행들을 다그쳤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은행들은 금리 상승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순수 고정금리 대신 혼합형 대출을 늘렸다. 당국이 혼합형 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인정하도록 집계 기준을 변경한 것도 이를 부추겼다. 실적에 급급한 나머지 꼼수를 부린 것과 다름없다.
가계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4일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560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7조원 이상 늘었다. 연간 증가폭으로 사상 최대다. 지난해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와 두 차례(8월, 10월) 금리 인하 영향 때문이다.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의 고금리 가계대출도 빠르게 늘어 잔액이 2년3개월 만에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가계부채의 악성화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우리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 문제가 심상치 않자 정부는 다음 달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금리 변동에 취약한 단기·변동금리·만기일시 상환 위주의 가계대출 구조를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으로 바꾸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는 매번 나오는 단골 대책으로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저금리 상황에서 아무런 이점이 없는 고정금리 상품을 선택할 대출자들이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부가 금융통화위원회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흐름과도 상치된다. 단순히 대출 구조만 바꾸는 식의 탁상행정으로는 가계부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사설] 무늬만 고정금리 대출로는 가계대출 문제 못 풀어
입력 2015-01-16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