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서워서 내 아이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겠나

입력 2015-01-16 02:20
인천 송도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보육교사의 네 살배기 폭행 사건에 온 국민이 경악하고 있다. 사랑과 관심으로 보호해야 할 어린이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가한 것은 반문명적 중범죄이다. 네 살배기 아이가 김치를 남겼다는 이유로 아이 몸이 공중에 뜰 정도로 때려놓고도 여교사는 경찰 조사에서 “습관을 고치기 위한 훈계 차원”이라고 변명했다고 한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이 따로 없다.

이 어린이집에서 교사에 의한 아동학대가 지속적으로 이뤄졌었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동영상에서 피해 아동이 폭행을 당하는 순간 다른 아이들이 아무 말 없이 한곳에 모여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보면 상당 기간 아동학대가 자행됐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여러 어린이들이 1년 전부터 했다는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 “선생님이 무섭다”는 등의 얘기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런 어린이집이 비단 이곳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건수는 2010년 100건, 2011년 159건, 2012년 135건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관리감독 미비로 다치는 영유아가 매년 3500명을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어느 곳보다 안전해야 할 곳이 이 지경이라면 어린이집에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부모는 없다.

형식적 처방과 관리, 솜방망이 처벌이 화를 키웠다. 문제의 어린이집은 지난해 정부 평가 인증에서 전국 평균(93.7점)보다 훨씬 높은 95.36점으로 ‘안전하고 평화로운 어린이집’으로 평가받았다니 기가 막힌다. 교사의 자질이나 아이들의 만족도 등 교육의 질은 도외시하고 시설이나 프로그램 등 하드웨어 평가에 치중한 결과다. 이러니 지난해 12월 보육교사가 두 살배기를 낮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동댕이쳐 문제가 된 인천 남동구의 어린이집도 전국 평균보다 높은 94.33점을 받아도 이상할 게 없다.

지난해 9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시행으로 아동학대는 일반범죄에 비해 가중처벌되고 있는데 법원이 남동구 어린이집 교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신체적 상처가 없다 하더라도 아이가 받았을 정신적 충격과 피해를 생각하면 엄벌로 다스려야 마땅하다. 아울러 아동학대가 발생한 어린이집에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으레 그렇듯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등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나섰다. 어린이집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게 지난해 4월이다. 국회의 직무유기다. CCTV 설치는 권고사항이어서 전국 4만4000여개 어린이집 가운데 20%에만 CCTV가 설치돼 있어 80%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번이 외양간을 제대로 고칠 적기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의 신속한 처리와 함께 보육교사 자질 향상을 비롯해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 등 근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