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도에서 73㎏급은 황금체급으로 불린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선수들이 대대로 많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2004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원희를 비롯해 김재범 왕기춘 방귀만 등 한국 유도를 대표해 온 선수들이 바로 73㎏급 출신이다. 그런데 지난해 73㎏급 국가대표로 발탁된 재일교포 안창림(21)이 유도계의 새로운 스타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본 교토가 고향인 안창림은 지난해 2월 한국으로 건너와 용인대 3학년에 편입했다. 그리고 3월에 처음 나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3위를 한데 이어 6월 최종 선발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8월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 출전했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라운드 탈락이라는 쓴 맛을 봤지만 11월 제주에서 열린 그랑프리대회에서는 우승을 했고 12월 도쿄에서 열린 그랜드슬램대회에서는 동메달을 따면서 가능성을 확실히 인정받았다. 올해 더 높은 비상을 꿈꾸는 그를 지난 8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조인철 대표팀 감독은 “창림이 앞에서 추성훈 얘기는 그만 좀 해 달라”며 “선수로서 창림이를 조명해 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조 감독이 굳이 이런 부탁을 한 것은 지난해 한국 대표팀에 발탁된 안창림이 같은 재일교포 출신 유도선수였던 추성훈과 그동안 자주 비교됐었던 탓이다.
재일교포 3세인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가라데 도장을 운영하는 아버지 안태범(51)씨 권유로 유도를 시작했다.
“아버지가 가라데는 물론 레슬링과 유도 등 다양한 종목을 배우도록 하셨는데, 유도가 가장 재밌었어요. 초등학교는 조선학교를 나왔지만 유도 때문에 중학교부터는 일본 학교를 다녔습니다.”
중·고교 시절은 물론 유도 명문 쓰쿠바 대학에서 그는 업어치기와 빗당겨치기 기술을 앞세워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특히 대학 2학년이던 2013년 일본 학생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인 전일본학생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 73kg급 금메달을 땄다. 단체전에서는 66kg급으로 출전해 정상에 올랐다. 2관왕이 된 그는 할아버지의 나라에 가기로 결심했다. 그는 “원래 계획은 대학 졸업 후에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갈 생각이었지만 일본에서 이미 정상에 오른 만큼 굳이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당시 쓰쿠바대 감독은 물론이고 일본 대표팀 감독까지 나서 만류했다. 한국 국적인 그에게 여러 차례 귀화를 권유했다. 평생 귀화하지 않고 살아온 아버지조차 “네 선수 생활을 위해서라면 일본으로 귀화해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귀화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요즘 재일교포 3, 4세들은 일본에서의 생활을 위해 귀화를 선택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면서도 “귀화는 각자의 선택이긴 하지만 나는 한국 국가대표가 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안창림은 1984 LA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한국 유도의 본산인 용인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안병근(53) 교수의 도움으로 한국에 건너왔다. 오자마자 바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왕기춘을 포함해 73㎏급 간판선수들이 지난해 81㎏급으로 체급을 올리는 바람에 적수가 적기도 했지만, 기량이 월등했다. 그는 “국가대표가 된 뒤 집중훈련을 받다 보니 일본에서보다 체력과 기술이 더 좋아진 것을 느낀다”며 “올해 국제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강조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2015 스타 예감] (3) 재일교포 3세 유도 대표 안창림
입력 2015-01-16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