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근정전 북쪽에 아름다운 연못 향원지가 있다. 연못 가운데 작은 동산에 세운 육각형 이층 정자가 향원정이다. 향원정에서 남쪽을 보면 함화당이 나오고, 북쪽을 보면 건청궁이 나온다. 모두 비운을 간직한 역사의 현장이다. 함화당은 1894년 7월 23일에 경복궁을 점거한 일본군이 호위병의 무기를 빼앗고 고종을 인질로 잡은 곳이다. 그날부터 조선은 내정간섭에 시달렸고 망국까지 이르렀다.
건청궁은 1895년 10월 8일 경복궁에 난입한 일본인 자객이 칼을 휘둘러 명성황후를 시해한 곳이다. 남의 나라 궁궐까지 들어가서 왕비를 시해하고 시신을 불태운 을미사변은 ‘역사상 고금을 통틀어 전례 없는 흉악한 사건’이라고 표현된다. 당시 전제군주가 국가를 통치하던 서구 열강도 격렬하게 비난하였다. 올해가 을미사변 120주년이다.
민가에서 성장한 고종은 번잡한 궁궐 전각보다 사대부 저택을 편하게 생각하였다. 그래서 1873년 경복궁 후원에 민가처럼 지은 건물이 건청궁이다. 처음에는 역대 임금의 초상화인 어진(御眞) 등을 보관했으나 갑오년 함화당 참변 이후에는 건청궁에 거처하며 대신이나 외국사절을 맞이했다. 일본인은 역사범죄의 현장을 없애려고 1909년 건청궁을 철거하고 총독부미술관을 신축했다. 2007년 10월 그 자리에 다시 복원된 건청궁은 상설관람 구역으로 누구나 가볼 수 있다. 2월 11일부터 16일까지는 밤 9시까지 야간공개도 한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
[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명성황후가 최후 맞은 건청궁
입력 2015-01-16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