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은 종교, 이데올로기, 민족, 왕조 간의 계속되는 투쟁으로 멍들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쟁과 테러로 ‘화약고’나 ‘용광로’란 별명도 붙었다.
최근 중동은 세계정세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서야 할 관문이 됐다. 이 책은 현대 중동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는 1910∼1920년대의 이 지역 상황을 훑어볼 수 있는 고전이다. 중동의 지리와 정치가 재편되는 과정은 20세기 세계 외교사의 핵심을 관통한다.
책은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해체 과정에서 생겨난 이스라엘과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터키 등 이 지역 국가들과 함께 이 판을 완성하게 된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러시아의 영향력까지 꼼꼼히 따져본다. 결론적으로 그는 이런 말을 한다. “서구 제국주의의 팽창과 알력에 의해 중동은 폭발직전으로 전락했다. 그 중심엔 윈스턴 처칠이 있었다.”
미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이자 외교정책 전문가인 저자가 10년 동안 자료를 모으고 연구해 1989년 펴냈다. 그는 법조계 정계 재계에서 활약하다가 역사가의 길로 접어들었는데 이 때문인지 풍부한 사례와 생동감 넘치는 문장이 눈에 띈다. 2009년 발간 20주년을 맞아 새 판본이 출간됐고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이번에 처음 소개됐다. 이순호 옮김.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손에 잡히는 책] 제국주의 팽창으로 폭발 직전의 중동
입력 2015-01-16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