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문건 유출 관련 또 의혹의 중심으로] 청와대 행정관은 ‘정치뇌관’

입력 2015-01-15 03:24 수정 2015-01-15 10:41
뉴스웨이 제공
대한민국의 정치판을 ‘박근혜 청와대’ 행정관들이 뒤흔들고 있다. ‘정윤회씨 문건’ 파문의 여진이 가시기도 전에 ‘K(새누리당 김무성 대표)·Y(유승민 의원) 배후설’이 터지면서 또다시 청와대 행정관이 음모론의 진원지로 지목받게 됐다. 청와대발(發) 정치논란이 연이어 불거지면서 갈길 바쁜 박근혜 대통령의 발목을 청와대가 잡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청와대 행정관(2∼5급)이 연달아 정국에 파란을 일으킨 것은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볼 수 없던 광경이다. 행정관은 청와대 비서실장·수석·비서관(1급)을 뒷받침하는 실무자에 불과하다. 대통령이 ‘주연’이고 수석·비서관이 ‘조연’이라면 ‘엑스트라’에 불과한 셈이다. 그런데 이들이 정치적 논란을 자처하면서 ‘청와대 행정관=정치판의 뇌관’이란 등식마저 회자된다.

청와대 홍보수석실 소속 음종환 선임행정관(2급)은 ‘K·Y 배후설’을 입에 올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국의 핫이슈로 등장했다. 본인은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심각한 당청 갈등 유발은 물론 청와대의 공직기강 해이 현실까지 다시 드러냈다.

문건을 유출한 박관천 경정 역시 청와대 행정관이었다. 이뿐이 아니다. 검찰 수사 결과 낭설로 밝혀졌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주도의 ‘7인 모임’ 진원지도 청와대 행정관들로 의심받고 있다. 이들이 거짓말을 퍼뜨려 ‘물타기’하려 했다는 것이다. 또 야권에선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의 대한한공 취업 청탁 사실을 흘린 곳 역시 청와대 행정관 아니냐는 의심도 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14일 “청와대 행정관은 그야말로 실무진”이라며 “자꾸 정치에 직접 ‘플레이어’로 나서려 하니까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대 정부에서 돈과 이권에 얽혀 비위를 저지른 행정관은 있었어도 정치적 목적을 갖고 파문을 일으킨 사람들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음 행정관이 청와대와 매끄럽지 않은 집권여당 대표, 차기 원내대표 주자를 직접 거론했다는 것만으로도 사건의 파장이 예사롭지 않아서다.

청와대는 음 행정관을 즉시 면직 처리키로 했다. 청와대는 물론 김무성 대표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관련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의 속전속결식 처리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음 행정관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며 “그러나 공직자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책임을 지고 오늘 사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또 “공직기강비서관실이 (해당 발언의)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싸잡아 청와대를 공격했다. 새정치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콩가루 청와대’의 모습은 한심함을 넘어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을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일개 행정관이 수사 결과를 빈대떡 뒤집듯 말한 게 사실이라면 그의 배후는 또 누구냐”고 반문했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비서관도 부족해 행정관까지 나서서 헛소리를 하고 돌아다닌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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