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군 병사 3명이 대마초를 부대로 밀반입해 피운 사건은 지난해 잇달아 벌어진 병영 내 기강해이 파문의 ‘제2탄’이다. 윤모 일병 구타사망 사건 당시 의혹을 감추기만 하려 했던 군은 이번에도 ‘비공개’ ‘은폐’ 행태를 반복했다.
병사들은 주도면밀했다. 대마초가 담긴 과자상자를 ‘위문 소포’로 위장하는 수법이 밀반입에 동원됐다. 일선부대의 우편물 처리 지침은 병사에게 온 소포는 부대 행정을 담당하는 간부가 부대원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개봉하게 돼 있다.
병사들은 우편물을 일일이 검열하지 않도록 완화된 규정을 악용했다. 과거 ‘보안’을 이유로 병사에게 전달된 편지와 소포 전체를 검열하는 지침이 있었지만, ‘인권 침해’ 지적이 있은 뒤 간이 육안 검사로 대체됐다. 주범 진모(23)씨는 이런 허점을 이용해 대마초 소포를 과자상자로 위장했다. 겉포장을 뜯어 내용물을 비우고, 대마초를 채워 과자처럼 보이게 한 뒤 다시 포장했다.
군 관계자는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상자를 열었는데 과자, 사탕이 담겨 있는 위문품으로 보여 더 수색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병사들은 부대 안과 밖 장소를 가리지 않고 대마초를 피웠다. 한 병사는 부대 안 관사 뒤편에서 버젓이 대마초를 담배처럼 피웠는가 하면 외출과 휴가를 나가서는 플라스틱 페트병, 은박지 등을 이용해 대마를 흡입했다.
군부대의 ‘보안’ ‘검열’ 장치는 범죄 수법을 따라가지 못했다. 군 관계자는 “눈으로 확인하는 방법 외에 부대 안으로 밀반입되는 마약류를 탐지할 수 있는 수단이 특별히 없다”며 “과자상자에 숨겨 들여오는 경우 X선 등 투시 장치가 필요하지만 예산 문제 때문에 일선 부대에 배치할 엄두를 못 낸다”고 털어놨다.
군내 각종 사건·사고를 공개키로 한 군의 ‘병영 혁신 약속’도 작동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윤 일병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문제가 될 만한 사건은 반드시 공개하겠다”고 했었다. 당시 한 장관은 지휘서신을 통해 “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사실 그대로 알리고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각 군 본부는 이번에도 사건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마초 흡연 사실이 국방부에 보고되지 않다가 며칠 전 급하게 올라온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미 한 달 전 판결이 났음에도 검거 시점부터 4∼5개월 쉬쉬하다 문제가 될 조짐이 보이자 뒤늦게 보고한 셈이다.
군사법원의 양형 기준이 사회와 비교했을 때 너무 가볍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대마초 흡연의 경우 다른 마약범죄와 마찬가지로 집행유예 이상의 처분이 내려진다”며 “벌금형 처분은 군대 밖에서는 내려지기 힘든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부대 내 밀반입 혐의까지 적용된 병사 3명은 벌금형을 받았을 뿐이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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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15 03:50 수정 2015-01-15 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