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중점사업으로 추진해 온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기업 현장에서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사업주와 협의해 근로시간, 업무 시작과 종료 시간 등 근로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로 정부의 핵심 일자리창출 공약 중 하나다.
국민일보가 2013년 11월 정부가 주최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에 참여했던 주요 기업들의 향후 1년간 채용현황을 14일 확인한 결과 조사대상 10개 기업 중 채용목표를 달성한 곳은 SK, LG, GS, 신세계, CJ, 신한은행 등 6곳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6000명의 시간선택제 직원을 뽑겠다고 밝힌 삼성그룹의 경우 “계열사별로 채용이 진행 중이어서 공개하기 어렵다”며 1년 동안의 채용현황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새누리당 최봉홍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까지 삼성그룹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비율은 목표인원의 약 40%(2300∼2500명)에 그쳤다. 삼성은 6월 이후에도 계열사별로 시간선택제 직원을 모집하고 있지만 실제 고용 인원수는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현장에서 필요한 사람은 전문직 일자리가 많은데, 시간제 일자리 지원자 중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채용이 더뎌지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부에 따르면 2013년 고용박람회에 참여한 10개 주요 기업들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1만865명을 뽑겠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6월까지 고용인원은 6700명(61.7%)에 그쳤다. 지난해 7월 고용박람회에 참가해 6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힌 현대차그룹도 아직 채용목표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와 한화, 대한항공 등도 채용목표의 60∼80% 선에 머물렀다.
고용목표를 달성한 기업도 있었지만, 중간에 그만둔 인력을 새로 충원하는 경우도 많아 직업의 안정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현재 고용목표 100%를 달성한 LG와 GS의 경우 시간선택제 일자리 퇴사율이 각각 30%와 6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기업들은 퇴사자가 생길 경우 대체인력을 선발해 충원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시간선택제 직원은 풀타임 일자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급여가 적어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선택제 일자리라도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직군인 심리상담·CAD디자인 등의 업종은 퇴직률도 낮고, 직업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시간선택제로 채용된 근로자들의 업무 숙련도가 높아지면서 근무시간 연장을 희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기업 관계자들은 전했다.
신세계 CJ 등 유통·서비스 업체들은 비교적 고용률이 높았다. 현장 서비스직이나 계산직, 전화상담 등 비교적 전문성이 필요 없는 곳에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많이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경력단절 여성 노동자들이 많이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시간선택제와 전일제의 대우 차이가 적은 기업일수록 시간선택제 일자리 고용률이 높았다. 신세계의 경우 기본급여 이외에 상여금, 성과급, 의료비, 학자금지원 등은 시간제와 정규직이 같은 대우를 해주고 있다. SK도 회사 내 각종 처우에 있어 시간제와 정규직이 큰 차별이 없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기획] ‘시간선택제 일자리’ 지지부진
입력 2015-01-15 0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