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쿡] “하나님의교회가 진짜 그런 곳이냐?”… 국민배우 “나도 피해자” 뒤늦은 후회

입력 2015-01-15 03:00 수정 2015-01-15 16:31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는 13일 이순재씨(왼쪽 두번째)가 후원회장을 사임했음에도 여전히 장길자씨(왼쪽)와 함께 활동하는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홍보하고 있다.

국민탤런트 이순재씨가 13일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구 안상홍증인회)’가 운영하는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후원회장에서 물러났습니다. 국민일보가 취재에 들어간 지 20여일, 보도한 지 하루 만입니다. 취재결과 이씨도 피해자인 것으로 보입니다. 유명 연예인을 포교에 이용하는 이단·사이비 종교집단의 교묘한 전략의 실체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한국교회와 사회는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이씨가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후원회장으로 13년간 활동하며 하나님의교회 여교주 장길자(72)씨를 돕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일보 특별취재팀에서 포착한 것은 지난달 하순입니다.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회장은 하나님의교회에서 ‘어머니 하나님’으로 떠받드는 장씨이고, 이사장은 하나님의교회 간부 이모씨입니다. 김주철 하나님의교회 총회장도 법인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하나님의교회 고위 관계자 출신인 김모씨는 “하나님의교회가 이 단체 운영을 위해 전국교회에 모금함을 설치했으며, 당회장들은 모금한 돈을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에 송금했다”고 폭로했습니다. 하나님의교회피해자가족모임은 지난해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를 기부금품의모집및사용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고발했습니다.

국민일보 취재결과 이씨는 2002년부터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후원회장을 맡으며 매년 이 단체가 개최하는 콘서트와 걷기대회에 빠짐없이 참석했습니다. 이씨의 언론 인터뷰 기사에 후원회장직이 주요 경력으로 소개될 정도였습니다.

이 단체 회원들은 이씨가 장씨와 함께 활동하는 사진을 온·오프라인으로 배포하며 여교주 장씨와 후원단체를 홍보했습니다. 하나님의교회 때문에 피해를 입은 A씨는 “하나님의교회 신도들은 장씨와 이씨가 나온 잡지를 들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포교활동을 펼친다”면서 “온라인에도 이런 사진과 글을 올리며 장씨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명 탤런트를 앞세워 여교주 장씨의 이미지를 ‘세탁’한 셈입니다.

특별취재팀은 12월 말 이씨 매니저에게 이 같은 사실에 대한 확인과 입장 표명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이씨 매니저로부터 “이씨는 봉사단체에만 관여하고 하나님의교회와는 전혀 관계없다”면서 “자세한 내용은 이씨에게 물어 보겠다”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이후 수십 차례 매니저에게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고 회신도 없었습니다.

국민일보는 지난 12일 신문지면을 통해 ‘하나님의교회가 유명 탤런트를 앞세워 포교활동을 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그날 저녁 이씨의 매니저 2명으로부터 다급하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기사의 팩트는 맞지만 ‘국민배우’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고 있으니 제발 삭제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한 매니저는 “하나님의교회가 기사처럼 진짜 그런 곳이냐”면서 “중간에서 나도 혼란스럽다. 그쪽(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에선 기사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누구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튿날인 13일 오전 대책회의를 갖는다는 연락이 왔고, 이어 사임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씨는 이날 오후 국민일보에 직접 전화를 걸었습니다. 스스로 철저한 무신론자라고 밝히며 자신 역시 피해자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는 “처음에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유명인사가 참여하는 걷기대회를 한다고 해서 갔다”면서 “당시에는 그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만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씨는 “좋은 일을 하는데 연예인들이 필요하다고 하니 도와주는 차원에서 보수도 받지 않고 한 일”이라면서 “몇몇 후배들이 거기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 일이 터진 후) 조심하라고 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하나님의교회의 포교활동을 직접 도와준 적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단 한 번도 종교에 대해 지지발언을 하지 않았고 그 단체의 관리 운영에 개입한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나도 사이비 종교를 무척 경계하는 편”이라며 “과거 국회의원 할 때 내 주변에 D단체 등 사이비 종교의 접근이 많았지만 모두 차단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자기관리가 철저했던 이씨도 봉사를 앞세워 접근한 하나님의교회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이용당한 셈입니다.

손인웅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명예회장은 "이씨가 국민일보 보도 후 빠른 결단을 내린 것은 다행"이라면서 "성도들도 이단에 포섭됐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즉각 빠져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조성돈 실천신대 교수도 "하나님의교회, 신천지 등 반사회적 종교집단이 최근 자신감을 얻었는지 공개적으로 활동하며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한국교회는 반사회적 시한부 종교집단의 폐해를 사회에 알려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단체 후원행사에는 이순재씨 말고 가수 김모, 이모, 인모, 노모, 유모씨, 탤런트 김모씨 등이 고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과연 이 연예인들이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의 정체를 알고도 이 단체의 후원행사에 참여할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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