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립교회 사모들 “힘들어도 감사해요”

입력 2015-01-15 03:02
14일 경기도 동두천 두레수도원에서 열린 ‘두레 농어촌 및 도시 개척교회 사모수련회’에 참석한 사모들이 손을 들고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동두천=허란 인턴기자

전국의 농어촌 교회와 도시 미자립 교회 사모들은 불평하지 않았다. 14일 경기도 동두천 두레수도원에 모인 작은 교회 사모 170여명은 힘은 들어도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비가 오면 예배당에 고무통 12개를 놔야 해요. 어떤 이들은 예배당에 이렇게 곰팡이가 많은데 목사님과 사모님에겐 곰팡이가 안 난 게 신기하다고 말해요. 힘들죠. 하지만 하나님이 쓰신다면 감사하죠.”

전남 완도군 흑일도에 있는 사랑이넘치는교회(정광섭 목사) 최경숙(64) 사모의 이야기다. 이 교회 성도는 할머니 6명이 전부다. 사례비는 꿈도 못 꾼다. 최 사모는 “결혼할 때 ‘가진 것 하나 없어도 남편이 예수만 믿으면 됩니다’라고 했는데 최근 큰딸이 사윗감을 데려와 같은 말을 하더라”며 “그래도 목회자 후보생이니 감사하다”고 말했다.

“대출을 받아 교회를 건축했어요. 섬이라고 운임까지 2배가 들었지만 외상이 어디 쉬운가요. 너무 감사하죠.”

전남 목포 신안군 흑산도 흑산제일교회(이지환 목사) 이용림(60) 사모는 “교회를 짓는 6개월 동안 여름인데도 태풍 한 번 안 왔다”며 “이를 보고 마을 사람들도 예수를 믿었다”고 간증했다. 그러면서 “4년 전에 폐암 수술을 받았는데 지난해 초 재발했다”면서 “건강문제도 하나님 앞에 내려놓았다”고 담담히 말했다.

경북 상주 오광제일교회(신영철 목사) 조일주(63) 사모는 “체육복 입고 산으로, 들로 심방을 다니지만 나는 하나님의 사람이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농촌교회인데도 성도가 50여명이나 되지만 성도들이 농촌 일로 바빠 양육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전남 진도 독거교회(김성춘 목사) 정순영(77) 사모는 은퇴하고도 후임자가 없어 사역을 계속하고 있다. 성도는 할머니 3명이 전부지만 이들이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외우는 것을 보면 감격한다고 했다.

이들은 두레공동체(대표 김진홍 목사)가 주최한 ‘두레 농어촌 및 도시 개척교회 사모수련회’에 참석한 이들이다. 두레공동체는 매년 이들 사모를 초청, 메시지를 통해 영을 회복시키고, 노래방과 찜질방, 산림욕장 등에서 쉼을 주고 있다.

경기도 평택 지구촌교회에서 사역하다 6년 전 남편을 여읜 홍성진(66) 사모는 이번에도 참석했다. 그는 “남편이 아플 때만 빼고 20번 넘게 온 것 같다”며 “올 때마다 잔칫집처럼 잘 먹여줘 이 수련회만 기다린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이 별세한 뒤 재정적으로 걱정이 많았는데, 오늘 회개하면서 하나님께 맡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수련회는 올해로 26회째. 김진홍 목사가 34년 전 농촌에서 목회할 때 아내의 제왕수술비가 없어 고생한 이후 목회자의 가족을 돕자며 시작한 사역이다.

김 목사의 아내인 강선우 사모는 강의에서 “여기에 불 받으러 모인 게 아니다”라며 “모든 문제는 하나님께 맡기고 잘 먹고 잘 놀자”고 강조했다.

동두천=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