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지난달 22일은 악몽 같은 날이었다. 오전 8시 경기도 김포 월곶면 민통선평화교회 아동센터에 경찰이 30명쯤 몰려왔다. 사무실에 있던 이적(58·사진) 목사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조사에 응하라고 했다. 이 목사가 망설이자 경찰은 장도리로 아동센터 출입문을 뜯기 시작했다.
“경찰이 아동센터 사무실을 뒤지고 아이들이 동화책을 보는 도서실에 휴게실까지 전부 어질렀어요. 주방도 뒤졌고요. 그래도 여기까지는 이해했습니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했고 그에 따른 법 집행이라고 생각했어요.”
1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만난 이 목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 보안2과의 압수수색을 받은 날을 떠올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오후 4시쯤에는 아동센터에서 4㎞ 정도 떨어진 민통선평화교회에도 들이닥쳤다. 딱히 숨길 것이 없던 이 목사는 교회 사무실을 열어줬다. 사무실 수색을 끝낸 경찰은 구둣발로 예배당 단상에 올라가 강대상을 해체하고 벽에 붙어 있던 커튼을 떼어 냈다. 급기야 경찰은 단상 뒷벽에 있던 십자가를 뜯어냈다. 압수수색 영장 앞에 십자가는 무력했다.
“다른 곳을 수색하는 것은 참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십자가를 건드리자 분노가 치밀더군요. 군사정권 때도 종교에 대한 예의는 있었어요. 그만큼 현 정부가 기독교를 우습게 여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회 예배당에서 십자가를 건드리는 것은 절에 가서 불상을 부수는 것과 같아요.”
이 목사의 교회가 십자가까지 뜯기게 된 건 2012년 11월 독일에서 열린 ‘재(在)독일 동포협력회의’ 세미나에서 북한 조국통일연구원 박모 부원장과 접촉하고 북한 주장을 담은 이적문건을 만들어 뿌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 목사가 “애기봉 등탑 점등이 남측의 대북심리전”이라고 말한 것도 북한 주장에 동조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목사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독일 세미나에 참석하긴 했지만 북한 사람에게 말 한마디 건넨 적 없고, 애기봉 등탑 반대는 김포 주민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같은 논리라면 이 목사와 함께 애기봉 등탑 설치를 반대한 유영록 김포시장도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게 되는 셈이다.
십자가까지 해체하는 경찰의 무모한 수색에 다른 목회자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는 “군사독재 시절에도 경찰이 예배당에 들어가 십자가를 뜯은 적은 없었다”면서 “기독교를 탄압한 것인지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
경찰이 이럴수가… “예배당 난입해 십자가 뜯어냈다”
입력 2015-01-15 0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