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째 독재가 이어지고 있는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퍼스트레이디가 주축이 돼 농민들을 터전에서 무더기로 쫓아내자 법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고 영국 BBC방송 등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주 짐바브웨 경찰과 정부는 ‘토지개혁’이란 명분으로 중앙마쇼날랜드주에 위치한 농가 200여 가구를 쫓아냈다. 화가 난 농민들은 이 같은 조치의 배후에 로버트 무가베(90) 대통령의 퍼스트레이디인 그레이스 무가베(49)가 있다며 대통령 소유의 인근 목장과 부인이 설립한 고아원 등을 점거하고 나섰다.
농민들은 그레이스가 이 지역을 사파리 등을 유치할 수 있는 동물보호구역으로 전용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짐바브웨 정부는 그레이스와의 연관성을 부인하며 “해당 지역은 오래부터 식민지배에 저항했던 위인에 대한 기념 건축물을 세우려고 했던 곳”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농민들은 “경찰로부터 ‘너희 같은 평민들이 그레이스와 같이 존귀한 분에 맞서는 것은 개미가 코끼리에게 덤비는 것과 같다’는 말을 들었다”며 정부 해명을 반박했다.
양측의 엇갈린 주장에 대해 짐바브웨 고등법원은 12일 경찰의 퇴거 집행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정부가 농민들의 대안 거처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퇴거시킬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농민들은 판결을 환호하면서도 정작 법원 판결이 효력이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980년 건국된 짐바브웨에서는 무가베가 34년 넘게 장기집권을 해오고 있다. 현존하는 ‘최고령·최장기 독재자’인 무가베는 최근 유력 후계자였던 부통령과 장관들을 무더기로 해임하고 아내 그레이스를 집권당 ‘여성연맹’ 수장으로 앉히면서 그녀에게 권좌를 승계하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논란이 된 토지개혁 조치도 그레이스의 ‘업적쌓기’ 차원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쇼핑을 좋아해 ‘구찌 그레이스’로도 불리는 그레이스는 국가 주요 수익원인 다이아몬드를 훔쳐 자신의 사치를 위해 쓰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월드 화제] 영부인 치적쌓기에 쫓겨난 농민들
입력 2015-01-15 0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