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뉴욕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신학자 및 교계 전문가들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분단상황을 극복하려면 해외교회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재외동포 교회, 정치적 영향력 확대해야”=구춘서 한일장신대 교수는 “해외동포 기독인들은 반공의식이 매우 강한 한반도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남북화해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여러 활동들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거주국의 국적을 취득한 재외동포들은 북한 방문이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용이하므로, 재외동포 교회가 앞장서서 남북화해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또 “재외동포 교회가 해당 국가의 대외정책 수립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남북한 당국과 미·일·중·러 등 한반도 4대 강국들의 적대정책을 바꾼다면 평화통일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한인교회 통일과 북한선교 공감대 형성해야”=이규영 서강대 교수는 “서독교회의 동독교회에 대한 지원은 결코 일방적·과시적·일회적이 아니었다”면서 “그리스도의 사랑에 근거한 섬김과 인내, 희생으로부터 나온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교회처럼 국내외 한인교회도 민족통일과 북한선교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성경말씀에 근거한 통일신학을 확고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세계한인교회는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선언적 활동보다 사회·경제적 차원에서 남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제고하고, 자연환경 보존 등에 대해 국제적 기독교 네트워크와 협력하는 새로운 영역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좌나 우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 인식 가져야”=허문영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교회는 복음적 평화통일을 위해 자유민주주의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임을 분명히 하되 ‘좌나 우로 치우지지 않는’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을 두려워하고 방관하거나 통일비용을 우려해 분단을 지속시켜서는 안 된다”면서 “통일한국은 독일과 인구(8000만명)가 비슷하므로 세계 평화와 복음화를 위해 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교회는 화해자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십자가 절대사랑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면서 “도발을 자행하는 북한을 포용하기가 쉽지 않지만 박애와 사랑 안에서 남북이 만날 수 있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동방의 예루살렘인 평양의 공산화와 민족 분단 70주년을 맞아 오는 8월 15일 평양에서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참여하는 ‘세계선교 및 복음통일 대성회’를 개최할 수 있는 기도운동을 전개하자”고 제안했다.
◇‘햇볕정책’ 공과 둘러싸고 논쟁=포럼에서는 김대중정부가 추진한 햇볕정책을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졌다. 1993∼2002년 미 국무부에서 북한담당관을 역임하는 등 미국 내 대표적인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꼽히는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객원교수의 기조연설이 발단이 됐다.
위트 교수는 “당시 햇볕정책이 만장일치로 지지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현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그만한 가치가 있었고 일정한 성과를 낸 것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로 남북교류 활성화를 꼽았다. 이어 “2007년 이후 지금까지의 북·미 및 남북 간 경색국면을 보면 햇볕정책은 대단히 필요한 것이었으며 지금까지 계속됐다면 남북관계가 훨씬 나아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연구위원은 그러나 “햇볕정책은 당시에 보면 잘된 정책이지만 지금 그쪽으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며 양시양비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햇볕정책의 남북화해 노력은 바람직했지만 북한에 끌려간 점은 문제”라며 “좋은 점은 계승하되 시대에 맞는 복합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규영 서강대 교수는 “햇볕정책을 통해 통일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가 우선이라는 점을 우리가 깨닫게 된 것이 그나마 교훈”이라며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한국교회의 신사참배도 분단의 한 원인”=허 연구위원은 일제강점기 한국교회의 신사참배를 한반도 분단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그는 “1938년 장자교단인 장로교가 신사참배를 결의하는 등 우상숭배를 용인한 것이 성경적·영적으로 분단의 원인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조상이 지은 죄를 회개하면서 통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향 이스라엘로의 귀환을 보여주는 다니엘 9장, 에스라 9장, 느헤미야 9장 모두 조상의 죄에 대한 회개를 담고 있다는 점을 오늘 우리 상황에 맞춰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조상들의 우상숭배, 현재 우리가 저지르고 있는 음란·부패·거짓의 죄를 회개하면 하나님의 뜻으로 통일의 물꼬를 틀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지적에 많은 참석자들이 박수와 함께 “아멘”으로 호응했다.
글·사진=뉴욕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한인교회 통일·북한선교에 공감대 형성 필요”
입력 2015-01-15 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