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38.7㎝, 몸무게 48.1㎏. “보지 마세요”라며 손사래 치던 준엽(가명·10)이가 체성분 측정기에서 내려오며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살이 또 빠졌구나”라는 격려에 금세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경기도 파주시 선한이웃 지역아동센터 정병한 센터장이 준엽이의 어깨를 팔로 감싸고 “지방도 많이 없어지고 근육이 강해지고 있어. 잘하고 있다”며 용기를 북돋워줬다.
지난 7일 찾아간 이 아동센터에선 초등학생 15명이 맞춤형 건강관리를 받고 있었다. 전국 최초로 청소년 대상 ‘스마트 헬스케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스마트 헬스케어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함께 진행 중인 ‘맞춤형’ 건강관리 프로그램. 아이들이 성별과 나이를 입력하고 측정기에 올라서면 체중과 근육량, 체지방량이 산출된다. 허약·날씬·정상·통통·비만으로 체형을 구분한다. 이런 건강 데이터는 센터 컴퓨터를 거쳐 데이터베이스로 축적된다.
시범사업 3개월째, 아이들은 단단해지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준엽이의 키는 137.3㎝, 몸무게는 48.3㎏이었다. 근육량은 20.8㎏, 체지방량은 27.6㎏. 스마트 헬스케어를 받으면서 체지방과 근육량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체지방은 7㎏ 빠졌고 근육은 8㎏ 늘었다. 준엽이는 “3개월 전 찍은 사진과 지금 제 모습이 많이 달라요. 지금이 더 좋아요”라고 했다.
변화는 맞춤형 운동으로부터 시작됐다. 센터에서는 2∼3주에 한 번씩 키와 몸무게 등을 측정하고 1주일에 3회 이상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날도 체성분 측정을 마친 준엽이와 또래들은 무리지어 근처 헬스클럽으로 향했다.
트레이너 황종훈(36)씨가 ‘짝’ 하고 박수를 치자 아이들이 일사불란하게 정렬했다. ‘하나 둘, 하나 둘’ 황씨 구호에 맞춰 맨손체조를 시작했다. 팔 벌려 높이뛰기를 50회 하고 나자 아이들은 가쁜 숨을 내쉬었다. 황씨는 “신체 측정 데이터를 보고 아이들에게 맞는 맨손 운동을 가르쳐 준다”며 “준엽이처럼 체지방이 많은 아이에겐 자리에서 앉았다 일어나며 체육관을 한바퀴 도는 운동을 시켜 근육량을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운동을 마친 준엽이는 숨을 몰아쉬며 “몸이 단단해지고 가벼워지고 있다. 공부나 다른 일에도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바로잡아주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부분이다. 센터에서 측정한 모든 데이터는 부모들에게 통보되는데, 이때 아이들 건강상태에 적합한 식단 등을 조언한다.
스마트 헬스케어에 참여하고 있는 소현(가명·11·여)이는 비만도를 보여주는 신체질량지수(BMI)가 23.4로 측정됐다. BMI 18.5 이하는 저체중, 18.5∼23은 정상, 23∼25는 과체중, 25∼30은 비만, 30∼35는 고도비만, 35 이상은 초고도비만으로 분류된다. 과체중이란 결과에 소현이 얼굴이 어두워졌다. 체지방률도 2개월 전보다 1% 포인트 오른 27.4%로 나왔다. 그동안 모든 프로그램에 빠짐없이 참가했던 터였다. 센터 관계자는 “여자아이들은 이 무렵부터 피하지방이 늘어나기 때문에 열심히 운동해도 성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센터로부터 아이 건강상태를 전달받은 소현이 어머니는 식단 조절에 나섰다. 집에 빵 사오는 횟수를 1주일에 세 번에서 한 번으로 줄였다. 식단은 채소와 과일 위주로 짰다. 소현이 어머니는 “살 빼고 싶어 하는 딸을 제대로 도와주지 못했는데, 구체적인 수치가 제공되고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서 가족들이 함께 소현이를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병한 센터장은 “눈에 보일 정도로 아이들 체형이 변하고 있다. 일상생활 태도도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 같다”고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3월부터 경기도 오산에서 스마트 헬스케어 시범운영이 시작되면 학생들의 건강 데이터를 건보공단이 받아 직접 분석할 예정”이라며 “운동과 식습관 개선 등을 통해 아이들 체형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주는 유용한 자료”라고 말했다.
파주=글·사진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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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15 00:17 수정 2015-01-15 09:37